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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건강 이야기/ADHD 생활기

[성인 ADHD 약물치료] 메디키넷 15mg 후기 - 진단 4개월 차

by 벨리너린 2021.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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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다녀와서 베를린의 정신과 주치의 선생님과 다시 화상 원격 진료를 했고, 10mg으로도 충분히 각성감이 좋았지만 15mg도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원래 ADHD 약물치료 과정이 보통 서서히 약물치료 용량을 늘려나가고, 용량 늘리는거에 비해서 효과가 그다지 크게 올라가지 않거나 부작용이 더 심해지면 다시 그 이전 용량으로 돌아가면서 내게 맞는 최적의 용량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또한 원래 용량이 잘 맞다가도 시간이 지나고 효과가 예전같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몇달 몇년을 같은 용량으로 살다가도 다른 약으로 바꾸거나 용량을 다시 조절하기도 한다. 이제 내 치료 과정이 안정기에 들어갔다고 생각하셨는지 주치의 선생님은 이제 두 달에 한번씩 보면서 용량은 어땠는지 체크하고, 그 외에 ADHD나 이외 기분장애에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 같은 것을 이야기하자고 하셨다. (초진때는 1시간 정도 진료를 봤던 것 같고 이젠 30분 정도씩 진료를 본다.)

메디키넷 10mg과 메디키넷 5mg을 섞어서 메디키넷 15mg으로 증량했다

메디키넷 15mg 복약 첫날 

  • 원래 10mg은 오전약, 오후약 하루에 두번씩 먹었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증량할 때는 첫 5일정도는 하루에 한번만 먹어보고 지켜보고 나서 하루에 두번 먹고 싶으면 먹으라고 하셔서 일단 아침 먹고 하루에 하나씩만 먹었다. 
  • 각성감이 훨씬 더 강력한게 느껴졌다. 이 날 따라 전날 잠을 설쳐서 아침에 조금 불안한 기분으로 일어났었는데 약 먹고 어느정도 기분이 고요하고 명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 먹고 30분 후에 약한 구역감과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는게 느껴졌다. 약한 구역감은 가벼운 헛구역질로까지 이어졌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2시간이 지나자 멀쩡해졌고 식욕도 멀쩡해서 친구와 브런치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 원래 5mg, 10mg 먹을 때에는 6-8시간 지나면 약효가 싸악-하고 풀리는 기분이 드는데 15mg은 그런 기분이 별로 안들었다. 때문에 아침에 한번만 복약을 했는데도 저녁이 되었을때 약효가 풀린건지 지속되는건지 긴가민가했다. 
  • 잠드는데에도 평소보다 좀 더 걸렸는데, 이건 증량해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날 정말 내 인생을 바꿀만한 큰 뉴스를 접했고 (좋은 쪽이었지만 어쨌든 좀 충격이었다)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 더욱 잠들기 힘들었던 것 같다. 잠들기 직전까지도 각성감이 좀 있었다. 
  • 다음날 잠든지 5시간 반만에 각성제를 먹은 기분으로 깨어났다. 증량 때문일 수도 한국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됐을 때라 시차적응이 덜 되어서일 수도 있다. 각성제를 먹은 기분으로 깨어난다 함은 원래 일어나고 자연적으로 각성되기 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일어나자마자 약 먹은 듯이 명징한 기분이었다는 이야기. 

메디키넷 15mg 복약 둘째날 

  • 아침 식사 이후 다시 하나 먹었고 이번엔 구역감도 들지 않았다. 증량 할 때마다 부작용이 조금씩 나타나고 며칠 먹다보면 몸이 적응해서 부작용이 좀 사라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정신과 선생님도 부작용이 좀 있더라도 최소 5일은 먹어보라고 권한다. 
  • 역시 굉장히 명징한 기분이었다.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도 좋아져서 저절로 일어나서 영차 영차 뭘 해내게 되었다. 
  • 이날은 저녁때 쯤 약효가 제때 사라지는 기분이었고, 잠드는데 별로 문제가 없었다. 

그 후 주말 3일을 휴약했다. 원래 일주일에 이틀 휴약하는데 삼일째 까먹기도 했고 별로 할 일도 없는 날이라 그냥 안먹었다. 

 

메디키넷 15mg 복약 셋째날 

  • 기분이 명징했고, 집중력이 좋게 느껴졌다. 
  • 원래 15분-20분짜리 영상 하나를 끝까지 집중해서 보는걸 지루하고 못보는데, 지루했지만 끝까지 시청했다. 
  •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를 기분이 상하는 이메일을 한 통 받았고 하루종일 그 생각도 떨칠 수가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ADHD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부정적인 것에도 더 집중이 잘 되어서 기분이 안좋아지는 환자들도 있다고 했는데 약간 그런 기분이었다. 기분이 하루종일 안좋았지만 다음날까지 그 기분을 안고 가기는 싫어서 밤에 일기를 쓰면서 감정을 좀 가다듬고 잠들었다. 

메디키넷 10mg과 15mg 비교 후기 

  • 명징한 기분과 입마름은 15mg에서 더 나타났다. 입마름이야 뭐 물을 더 마시면 되는 문제니까 내게 그렇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 그러나 명징한 기분과 더 잘 느껴지는 각성감이 실제로 더 (1) 집중력(2) 집행기능을 10mg 때보다 더 늘려줬는지는 잘 모르겠다. 딱히 15mg로 증량한 후 집중할 일이 별로 없어서이기도 했는데 그 후 15mg 먹고도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냥 명징한 기분으로 누워서 아무것도 안한 날도 있었다. 그래서 딱히 증량한 메리트를 못느끼고 있기에 그냥 앞으로는 데일리로 10mg만 먹고 더 강한 각성이 필요한 날에만 15mg을 먹을 것 같다. 

4개월 정도 약물 치료를 받고, 그 동안에 인턴십을 통한 직장 생활도 해보면서 느낀 점은 ADHD 약물치료가 많은 인생의 장애물들을 낮춰주었다는 것이다. 약물 치료를 하기 전에는 나는 워낙 9to5 직장 생활을 싫어하고, 안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출퇴근 직장 생활과 집단 생활이 너무 안맞으니 최대한 빨리 돈을 모아서 조기 은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우스갯 소리로 "내 난소가 은퇴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은퇴하는게 꿈이야."라고 말하고 다녔겠는가. 

 

그러나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인턴십을 해보고 나니, 어라, 출퇴근과 집단 생활이 굉장히 할만하고 즐겁게까지 느껴지는 것이었다. 물론 인턴십을 했던 회사가 정말 좋은 회사라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출근해서 집중해서 업무를 하고 업무에 관련된 공부를 치열하게 하면서 정말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이렇게만 간다면 평생, 건강이 허락하는 한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물치료와 호르몬의 변화로, 내가 내 성격, 혹은 내 가치관이라고 생각했던 것까지 바뀌었다. 그래서 사실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직장을 다니는 상상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았어서 취업 준비에 노력을 쏟을 동기부여 자체가 되지 않았는데, 동기 부여가 되고 나니 인턴십 끝나고 바로 취업이 되기도 했다. 

 

ADHD 약물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과연 내가 더이상 나 자신이 아니게 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었는데, 글쎄, 나 자신이란 무엇인가? 현재 내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과연 진짜 본연의 나 자신인지, 아니면 정신병리적 증상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 ADHD 뿐만 아니라 우울, 불안 등 다른 정신 장애를 오래 앓아온 친구들도 같은 고민을 한다. 어디까지가 증상이고 어디까지고 자기 성격인지 모르겠다는. 일단 치료를 시작해보고 어떤 버전의 나 자신이 더 좋은지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치료하지 않은 나 자신은 어떤 모습인지 알지만 치료하기 전까진 치료를 시작하고 난 후의 나 자신은 어떤 모습일지 모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약물 치료를 시작한 후의 나도 여전히 ADHD를 가진 나다.)

 

또 한가지 약물 치료를 4개월정도 하고 느낀 점은, 약효가 떨어졌을 때도 계속 약효가 돌던 때의 습관적 모멘텀이 이어져서 집행 기능 등이 예전보다 나은 수준으로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ADHD 약물치료를 한번도 받지 않고 평생을 살아왔다면, 증상이 평생에 걸친 생활 습관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약물 치료의 도움과 함께 생활 습관도 바꾸려고 노력하니, 그 습관이 머리가 아닌 몸에 배어서 약효가 떨어졌을 때나 휴약일에도 바로바로 정리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물론 아직도 평균보단 약간은 모자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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