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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라이프

독일에서 취업하기 (2) - 독일 대기업

by 벨리너린 2021.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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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독일에서 취업하기 (1) - 스타트업 편에서 베를린 스타트업에 취업됐다고 썼는데, 그 글을 쓴 바로 다음날 다른 독일 대기업에서 예상치 못한 최종 합격 소식을 얻어서 고민 끝에 결국엔 대기업에서 일하게 되었다. 독일 대기업을 목표로 취업준비를 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정말 어안이 벙벙하지만 일단은 설레는 마음으로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첫 출근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이전에도 대학원 재학 중 1년 휴학하고 다른 독일 대기업에서 인턴십을 한 적이 있어서 독일에서 취업하기 시리즈의 2편은 대기업 인턴 경험으로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졸업 후 정식으로 또 대기업에 취직해서 이런 글을 쓰게 될줄은 몰랐다. 겸손한 척 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실제로 1편에서 썼듯이 나는 내가 지원했던 수많은 스타트업과 NGO들 90%에서 서류조차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존감이 꽤 낮아져 있는 상태였고, 내가 최종 합격한 대기업도 내가 합격한 다른 스타트업 최종 면접 보기 전에 떨어질까봐 불안해서 지원해본 경우였다. 서류만 통과한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최종 합격을 했다니. 

 

 

아직도 출근 전 어안이 벙벙하고 잘 할 수 있을까 불안하지만 그래도 나를 뽑은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자존감을 좀 회복하려고 노력중이다

 

애초에 독일 대기업을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외국인이고 유색인종 여성이니 독일식 조직 문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것 보다는 스타트업이 좀 더 다양성이 있고 내가 내 자신 그대로 실력을 펼치기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처음 인턴십 했던 독일 대기업에선 회사에 거의 독일인들밖에 없었고, 젊은 직원들도 다들 나보다 최소 10살은 많았고, 본 업무는 영어로 했지만 사무실에 영어를 못하시는 분들도 꽤 많아서 커뮤니케이션이 꽤 힘들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합격한 독일 대기업에서 면접하면서 팀원들이 대부분 내 연령대이고, 수퍼바이저를 포함한 거의 모든 팀원이 외국인이라 영어만 사용하고, 심지어 내가 유럽에서 직장생활 하면서 처음으로 유색인종 상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내 독일 대기업에 대한 편견이 깨졌고 이 회사에 마음을 열고 내 미래와 성장을 함께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내가 자꾸 인종을 언급하는 것에 거부감이 느껴질수도 있다. 그러나 10년간 서구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동양인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집단에 나 말고도 비백인이 있다는 것은 매일 매일 살아가는 것에 엄청난 에너지 소모의 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도 말단이 아닌 상부에. 나는 유럽에서 직장생활 하면서 한번도 비백인을 상사로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 회사에서 비백인 상사와 면접을 보기 전까진 그 사실을 알아채지조차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백인과 비백인 사이에 어떠한 능력차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직 문화는 정말 확연히 다르다. 설령 겉으로 드러나는 인종차별이 없고 모두가 잘해준다고 해도, 내가 집단과 너무 확연히 다르다면 거기에 눈치보고 적응하고 설명하느라 소모되는 인지 자원이 엄청나다. 모두가 다양한 팀에서는 내가 달라도 튀지 않기 때문에 그런 소모가 좀 더 적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했을 때 어떤 요인들이 독일 대기업 합격에 성공적인 요소로 작용했는지 말하기에 앞서, 대부분의 1편 베를린 스타트업 취업 편에서 이미 언급한 전략들이 독일 대기업 취업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 편을 먼저 읽고, 이번 편은 번외 부록 쯤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독일에서 취업하기 (1) - 베를린 스타트업

장장 10개월의 취준기간을 거쳐, 드디어 취업을 했다! 10개월이 누군가에겐 길고, 누군가에겐 짧은 취준 기간일 수도 있다. 나도 머리로는 독일에서 대학원 졸업 후 정규직 취업하는데 1년은 걸릴

berlinerinberlin.tistory.com

참고로, 전편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경상 / 사회과학 계열 석사학위를 독일에서 취득했고, 대학원에서 통계학과 데이터 사이언스 위주의 스킬셋을 계발해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취업했다. 그러나 이전에 재학중 인턴십을 했던 포지션들은 전부 기술개발직이 아닌 사업 개발, 경영 전략 위주의 애널리스트 포지션들이었다. 같은 독일 대기업이라도 직무에 따라 문화나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밝혀두고 싶다. 또한 독일어는 얼마나 잘해야하나 궁금할수도 있겠는데, 나 같은 경우엔 C1 급수를 취업 준비하며 따 놓았지만 취업 자체엔 별로 필요 없었다. 그러나 독어를 열심히 하면 독일 대기업 입사 후 맡을 수 있는 업무의 스펙트럼과 승진 기회가 조금 좋아질 것 같기도 하다.


(1)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계발하고 어필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조직의 규모의 차이와, 거기에서 오는 정치적 역학의 차이이다. 물론 스타트업에도 정치는 존재하지만 (푸코를 대충 인용하길, 모든 인간 관계는 권력 관계이고 고로 정치적이다) 스타트업은 일단 생존이 바쁘기도 하고 부서의 경계와 이해관계가 그렇게 명확하지도 않기에 정치가 직장 생활에서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기업은 기업 내에서도 큰 규모의 부서들, 지사들, 자회사들이 존재하고 이해 관계가 항상 같지도 않기에 정치가 좀 더 불가피해진다. 여기서 정치질에 끼어서 줄을 잘 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그냥 그런 것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그걸 뛰어 넘어 목적을 달성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대기업에서 스타트업보다 좀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기술 과제 면접에서 알고리즘을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나서, '네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솔루션화 하고 싶은데, 타 부서에서 반대한다면 어쩌겠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거기에 대한 나의 답은 '일단 그런 반대가 생기기 전에 그 사람들과 점심도 먹고 그 사람들 업무에 대한 이야기도 들으면서 관계를 쌓았다면 이상적이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반대가 생겼을 때, 그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가 개발한 자동화 알고리즘이 그 사람들 일자리를 위협한다면 저라도 당연히 반대를 할테고 그건 일리가 있는 거니까요. 결과적으로 제 문제와 그 사람들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생각해서 결정권이 있는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또한, 같은 면접에서 '여태까지 외부 인사들과의 이해 관계 충돌이 있었을 때 갈등을 어떻게 조정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거기에 '음... 사실 여태까지 제 커리어에서 주니어 포지션에만 있어봤기 때문에 외부 인사들과 갈등을 조절할 권한은 제게 있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의 갈등 상황으로 예시를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조별 과제를 할 때 팀원들끼리 누가 일을 더하고 덜하는 것 같다고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들에서 저는 제 최종 목표는 동등한 일의 분배가 아닌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는 그냥 제가 일을 더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살다 보면 건강이나 개인사의 문제로 100%의 생산력으로 일하지 못하는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그 사람의 입장을 들어보고 그 사람이 일을 더 잘 할수 있도록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나 물어보고 유동적으로 일의 분배를 조정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계발하라는 말이 좀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건 간단하게 말하면 그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또한, 정치에 휩쓸리지 않고 쉽게 적을 만들지 않는 습관도 되겠다. 적을 만들지 않는 습관이란, 누군가 내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 곧바로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바로 방어/공격 태세로 전환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저 사람도 나랑 다른 위치에 있을 뿐, 나 처럼 잘 먹고 잘 살아 보겠다고 노력하는 미생일 뿐이고, 당장 좀 얄밉더라도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뭔가 생각해보는게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생각하는 '프로다움'의 정의 역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좀 더 수월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능력이 좋아봐야 상사나 팀원이나 고객에게 가치를 만들어 줄 수 없다면 그건 자기 만족에 불과하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일을 하던 베이비 시터나 식당에서 일을 하던, '고객/팀원들의 삶을 좀 더 수월하게 해주는 건 뭘까' 한 번 고민해보고 일을 한다. 특히 기술개발직일수록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일명 '소프트 스킬'을 등한시 하고 코딩 능력 등 기술 스펙만 계발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기업 입장에서도 코딩을 가르치는 것 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의 소프트 스킬을 가르치는게 훨씬 어렵기 때문에 이미 소프트 스킬을 갖춰서 오는 사람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2) 한 단계 깊게 '좀 더 나은 방법은 뭘까' 생각해보기 

대기업 면접에서는 스타트업 면접에서 받지 않았던, 기술 과제에 대한 좀 더 도전적인 질문을 받았다. 사실 나도 내 기술 과제에 헛점이 있다는걸 알고 있었고, 몇날 며칠을 그걸 해결하기 위한 조사를 해봤고, 이론적으로는 해결법을 알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짧은 시간에 도저히 내 코드에 응용을 할 수가 없었다. 과제가 내 능력밖의 일인가?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사실 헛점이 있긴 해도 업계에서 너무나도 잘 통용되는 방법이라 스타트업 기술 과제 면접 볼때는 헛점을 지적조차 받지 않았었는데, 대기업 면접에서는 바로 질문이 들어왔다. "그렇게 하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당연히 올것이 왔구나, 라고 생각했고 이렇게 답변했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방법이긴 하지만 이런 방법에는 이러이러한 이론적 헛점이 있기에 실질적인 알고리즘 발전 단계에서는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모델링인 XX 분석법 역시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라고 했고 바로 면접관에게서 '그게 내가 듣고 싶던 대답이었네'라는 피드백이 왔다. 완벽한 과제가 아니더라도 내가 한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지 고민해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기술개발직의 능력이 더 낮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에서는 기술자의 수는 적은 것에 비해 빨리 결과를 내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헛점이 좀 있더라도 일단 굴러가는게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는 사실 주니어에 비해 시니어 분석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업은 비교적 시간도 자원도 더 많은 편이고, 또 엄청난 실력자의 시니어들도 훨씬 많다. 따라서 기술적 능력의 탄탄함이 비교적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기술 역시 입사 하고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부분이지만, 지금 당장 내 기술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고민한 흔적이라도 보여주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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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업계에 대한 열정 드러내기 

'업계에 대한 지식 드러내기'라고 쓸까 하다가, 열정이라고 바꿔 써 넣었다. 열정이 있으면 지식은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니까. 

 

처음 대기업 인턴으로 입사했을 때, 인사팀에게 '왜 저를 채용했나요?'라고 물었다. 인사팀은 '면접에서 업계에 대한 열정이 돋보여서'라고 했다. 사실 좀 의외였다. 사실 그 업계를 지망해서 그 회사에 지원했다기 보다는 그냥 당장 휴학하고 인턴십 할 곳이 필요해서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왜 그런 피드백이 나왔나 잘 생각해보니, 평소 그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희망하진 않았지만 사실 그 업계에 대해서 평소에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간단히 조사해보고 생각해보던 바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기업의 사업개발 부서나 데이터 사이언스 팀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여기까지 온것도 아니고, 사실 다 먹고 살자고 찾아본 일인데 열정은 별 다른게 아니다. 그냥 돈을 받고 그 일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 세계가 궁금하고, 왜 그럴까 찾아볼 정도의 관심이 있고, 그 일이 세상에, 그리고 나에게 어느정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그게 바로 열정이다. 모두가 유노윤호처럼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먹고 살진 않는다. 

 

 

꼭 유노윤호만큼 불타올라야만 열정인건 아니다

 

이번에 합격한 회사도 비슷한 업계인데, 지난번에 인턴으로 일했던 회사에서 내가 이 업계를 꽤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퇴근 후 일 생각하는걸 정말 싫어하는 성격인데도, 인턴십이 끝난 후 설거지 하면서도 자발적으로 그 업계 팟캐스트를 듣고, 쉬면서도 재밌어서 업계 관련 유튜브를 보고, 누워서 멍때리다가도 그 업계에 대해 궁금한게 생겨서 구글링해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아, 이게 바로 현실적인 직업 열정이구나'를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볼 때처럼 가슴 뛰진 않아도 적어도 그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자발적으로 업계에 대한 '덕질'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면접에서 더욱 더 이 업계에 대한 진정한 열정을 어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취업 시장에서 지칠대로 지친 이들에게 열정이란 말이 얼마나 식상하게 들리는지 안다. 나 역시 열정이란 단어에 대해 굉장히 시니컬했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도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도 열정은 가르칠 수 없다. 직원이 일에 대한 열정이 있고 없고는 그 직원의 업무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조직 분위기가 얼마나 에너제틱해지느냐 아님 다들 잘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일만 하다가 퇴근하느냐의 차이로도 이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 직장 생활은 내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내 인생에서 엄청난 지분을 차지하는 직장 생활, 될 수 있으면 내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궁금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업계에서 일하는 것이 나에게도 행복하지 않을까.

 

(4) 회사 내에서의 성장에 대한 비전 제시하기 

물론 스타트업에서도 뽑는 직원의 성장 가능성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스타트업 면접과 대기업 면접에서 가장 다르다고 느꼈던 점은, 스타트업 면접에선 '3년후 어떤 위치에 있을거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면 대기업 면접에선 '앞으로 10년간 일할 곳을 찾는다면 우리 회사가 좋은 회사이다'라고 어필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은 기업의 존속 자체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대기업은 좀 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인재 양성을 계획할 수 있다. 게다가 대기업은 위로 올라만 가는 수직적인 성장 뿐만이 아니라 내가 채용된 분야보다 더 넓은 수평적인 성장도 가능하다.

 

이번에 합격한 회사와의 면접에서 '기술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냐, 관리자로 성장하고 싶냐'를 물어봤다. 나는 '당연히 기술적으로도 아직 궁금한게 많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성장하고 싶지만, 내가 여태까지 걸어왔던 길을 생각해 봤을 때 나는 여러 분야나 집단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할 때 제일 쓸모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기술적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성장하다가 기회가 되면 관리자로 성장하는게 회사한테도 나한테도 가장 좋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미 면접 단계에서부터 이 포지션에 채용하는 사람을 어떻게 성장 시킬지 고민한다는 것이 참 좋았다. 

 

어느 회사에 지원하던 성장에 대한 비전은 물어볼텐데, 그 어떤 대답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뭘 제일 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고민해보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대기업 면접 과정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최대한 나 자신으로 임하자'였다. 물론 채용 과정에서 잘보이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것이지만, 나의 최선을 보여주되 내가 아닌 그 어떤 것도 연기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 조직에서 최대한 나 자신으로 존재하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지가 내겐 가장 중요했고, 그렇게 내 모습을 보여주고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었기에 확신을 가지고 계약서에 싸인할 수 있었다. 물론 당장 벌이가 급한 취준생에게는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로 맞지 않는 조직에서 서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내게 맞는 곳을 찾는 것이 훨씬 행복하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비교해서 우월을 가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나도 애초에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취업 준비를 했었고, 스타트업 특유의 성장 가능성도 사랑한다. 그러나 운명이라는게 참 재밌어서 생각치도 못했던 곳에 나를 데려다 놓기도 한다. 이렇게 졸업후 첫 커리어의 시작은 독일 대기업에서 하게 되었다. 내 경험의 기록이 다른 이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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