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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라이프

[Yazio 체험기] 한달동안 칼로리 카운팅하면 살이 빠질까?

by 벨리너린 2021.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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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간 1월달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해외에 오래 살다가 한국에 가본 적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공감하겠지만, 한국에 돌아갈 때마다 살이 찌면 찐대로, 빠지면 빠지는 대로 외모에 대한 피드백부터 받게 된다. 베를린(을 비롯한 서구권)에서는 상대의 외모에 대한 피드백이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기도 하고, 지속되던 락다운 때문에 운동량은 줄고 삶의 낙은 먹는 것 밖에 없고 사진찍을 일도 사람 만날 일도 없어서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관심도 많이 줄어들었었다. 그러다가 한국에 가니 가족들이 내 몸을 보고 충격을 받은 눈치를 감추질 못했다. 

 

처음엔 '내 몸이 어때서? 무례하네!'라는 생각에 불쾌했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봤다. 나는, 진심으로, 지금의 내 몸이 괜찮은가? 사실 성평등과 신체긍정 (body positivity) 운동이 만연한 베를린의 문화에서, 다이어트하고 싶다, 지금의 내 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것 자체가 뭔가 부끄러웠다. 내 몸을 사랑하지 않는건 충분히 계몽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러나 거울을 볼 때마다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나 자신을 설득하고 정신승리 하는 것도 지쳤고, 친구들이 '사진 찍어줄까?' 할 때마다 손사래를 쳐서 최근 1-2년간 남이 찍어준 내 사진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도 싫었다. 무엇보다, 살이 찐 이유는 내가 나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석사 논문에 찌들고, 번아웃 되고, 길어지는 락다운과 취업 준비, 그리고 찾아온 초기 우울증을 부정하며 인생의 낙이 먹는것 외엔 없어서였고, 어느 순간 부터는 습관처럼 배달음식을 배불리 시켜먹으면서도 전혀 음식이 즐겁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살이 찐 내 모습을 사랑하지 못하는것보다 내가 살을 찌게 한 방법 역시 내가 나 자신을 괴롭힌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체구에 비해 내장 지방이 엄청 늘어난 기분이라 몸이 축축 쳐지고 바지도 너무 불편하고 기분도 안좋았다. 옛날에 나 자신을 너무 방치해서 170이 넘는 키에 40kg대까지 빠진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건강도 기분도 안좋았지만, 또 너무 방치해서 내 몸이 불편할 정도로 찐 것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결국 문제는 몸이 아니라 내 몸을 그렇게 만든 내 정신 건강의 척도였다. 

 

거울속의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일 것이다

1월 초에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지금은 4월의 마지막 날이니, 만 4개월 정도 다이어트를 한 셈이다. 다이어트를 하며 현재까지 총 5kg정도가 빠졌고, 다음 한달 동안 1kg에서 최대 3kg까지 더 빼면 유지 모드로 들어갈 예정이다. 첫 1개월은 혼자서 홈트와 식단을 병행했고, 그 다음 3개월은 마이 다노에서 베이직 온라인 PT 서비스를 이용했다. (다노 광고 같지만 사실 락다운때문에 온라인 PT 이외의 옵션은 없었다.) 절대 굶지 않고 탄단지를 제대로 챙겨 먹으면서 운동으로 근육량도 채우는 방향으로 다이어트를 했다. 

 

한국에서는 락다운이 없으니 갈 곳도 많고 출퇴근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많아서, 운동량도 많았고 식사량도 적당했다. (아침 30분 운동하고 출근길 지옥철 타고 사무실 자리에 도착하면 애플워치 활동 에너지 300kcal 정도는 불태워져 있었다.) 살도 마음에 드는 속도로 건강하게 빠졌고, 적당히 먹고 운동을 하니 체력도 엄청 좋아졌다. 그런데 다시 락다운 상태인 베를린으로 돌아오고, 자연스레 활동량이 줄어들고 딱히 맛있는게 없어서 먹는 양이 줄어드니 힘이 쭉쭉 빠졌다. 처음엔 '덜 먹으면 덜 빠지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지만 4kg쯤 빠지고 나니 몇주째 몸무게에 변화가 없었다. 힘이 없으니 건강한 식재료를 사다가 밥 해먹는것도 너무 귀찮아서 더 안 먹게됐다. 무엇보다 자꾸만 배고픈 상태가 지속되게 내버려두니 내가 나 자신을 또 다시 학대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너무 적게 먹는 것도 대사량도 줄어들고 활동량도 줄어들면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럼 적당히 먹는 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칼로리 카운팅 앱인 야지오 (YAZIO)를 깔아서 사용해봤다. 

대표적인 칼로리 카운팅 앱 야지오 (Yazio)

수많은 다른 칼로리 카운팅 앱 중에서 야지오를 다운 받은 이유는 간단하다. 애플워치랑 연동되는 칼로리 추적 앱으로 추천이 떴기 때문이다. 칼로리 계산은 앱마다 거기서 거기일텐데, ADHD 보조도구로서 애플워치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애플워치와의 연동이 자유로운 앱을 사용하고 싶었다. 따라서 내가 따로 앱에 체중이나 운동을 입력하지 않아도 애플 헬스에 입력한 체중과 애플 워치로 트래킹한 운동 소모 칼로리가 저절로 앱에 업데이트가 된다. 참고로 나는 야지오의 무료 버전만 이용했다. 

 

애플워치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야지오를 활용할 수 있다

처음 야지오를 시작할 때 체중 감량이 목표라면 목표 체중을 입력하는데, 4kg 더 감량하고 싶다고 쓰니 한달에 2kg씩 두달을 감량하는 플랜으로 칼로리 수를 잡아줬다. 하루를 시작할 땐 기초대사량인 1478kcal 를 먹으라고 추천해주고, 애플 워치로 트래킹된 소모 칼로리가 늘어날수록 그날 먹을 수 있는 칼로리도 늘어난다. 이렇게 한달을 완벽하진 않지만 꾸준히 야지오를 사용해봤다. 실제 칼로리 초과 된 날은 2틀이었고, 나머지 날들은 거의 200-300kcal씩 칼로리 적자였다. 야지오의 계산대로라면 한달간 2kg는 빠졌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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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말하자면, 야지오의 칼로리 카운팅 앱을 사용한 4월 한달 동안 약 1kg (정확히는 0.8kg)가 빠졌다. 이건 빠진것도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침 공복에 화장실 갔다온 상태로만 재기 때문에 소숫점의 변동성도 별로 없이고, 겉으로 보기에 근육량도 조금 는 것 같아서 난 빠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자리수가 바뀌어서 기분이 정말 좋다. 그러나 야지오가 먹으라고 한 칼로리보다 적게 먹은 날이 훨씬 많은데도, 야지오가 예측한 2kg의 50% 정도만 감량이 되었다.

 

야지오가 예측한 감량은 되지 않았어도, 칼로리 카운팅 앱을 사용하는게 좋았던 점은, 살 찔까봐 전혀 불안해하지 않으면서도 내게 충분한 칼로리의 음식을 먹이는 훈련이 되었다는 점이다. 처음 1-2주는 과도한 칼로리 적자로 먹었는데, 오히려 최대한 야지오가 추천한 칼로리에 가깝게 충분히 먹기 시작하니 체중 감량 구간이 더 가파르게 내려가기 시작했고, 체력도 정상적인 체력으로 회복이 되었다. 당연히 정신건강도 다시 좋아졌다. 

 

체중감량에는 단순한 칼로리 더하기 빼기보다 훨씬 복잡한 요소가 작용한다. 이미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도 정상체중 범위 내에서 시작했고, 4개월차였으니 아마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면서 감량 속도가 더뎠으리라 생각한다. 몸은 체중 감량이 비상 상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몸도 새로운 몸무게에 적응할 시간이 좀 필요하긴 하겠지. 내 몸도 항상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임의의 숫자를 내 멋대로 정해놓고 거기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내 몸을 괴롭히긴 싫었다. 무엇보다 난 이젠 운동과 적당한 식이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냈다는걸 알기에, 지금의 내 모습도 이미 진심으로 예쁘다고 생각한다. 다만 오래 유지하기 위해 한 달 정도 더 감량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ADHD가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적당히 먹는 것은 정말 힘들다. 집행 기능 (executive function) 장애 때문에 밥을 먹어야 할 때 제때 몸을 일으켜서 제대로 된 밥을 못먹고 근손실로 체중이 쭉쭉 빠지던가, 아니면 충동성 조절 장애 때문에 배부른데도 계속 먹게 되어서 갑자기 내장지방이 생긴다. 나 처럼 계속 밥을 제대로 안먹다가 배고픈 몸이 화가 나서 폭식으로 이어지고 살이 급 빠졌다가 급 찌는 현상도 자주 겪어 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적당히 먹는 연습'을 하기 위해 칼로리 카운팅 앱을 한두달이라도 꾸준히 사용해보는게 나를 좀 더 파악하는데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칼로리를 일일이 적는 것은 어지간이 귀찮은 일이고 ADHD인에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내 행복이다. 그리고 행복은 체중계 저울 위에 존재하지도, 완벽한 인스타 사진 속에 존재하지도 않는다는걸 안다. 저체중으로 인스타 사진속에서 제일 예뻐 보였을때 제일 불안하던 시기였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모든 것을 통달한 성인군자인 척 하고 싶지 않고, 나 역시 예뻐보이고 싶은 욕망을 가졌다. 나의 그런 욕망을 인정해주고,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행동에 옮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내 다이어트의 방향이 다른 이의 몸과 나의 몸을 비교하고 나 자신을 괴롭히는 방향이 아니라, 나를 진정으로 돌보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방향으로 계속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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