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베를린 라이프

유럽에서 자취하면 뭐해먹어? (1)

by 벨리너린 2021. 5. 5.
728x90

“오늘 뭐먹지?”는 자취인들의 영원한 굴레와 같은 질문일 것이다. 특히 해외에 살고 있다면, 어릴때부터 먹던 식습관과는 다른 식재료가 많은 환경에서 살고 있기에 더욱더 뭘 어떻게 해먹어야 할지 감이 안온다. 수많은 해외 자취생들을 위해, 그리고 미래의 뭐먹을지 고민하는 나를 위해, 만족스럽고 간단하고 건강하게 해먹은 음식을 기록해본다.

먼저 방금전 해먹은 아보카도 토마토 브루스케타. 유튜브에서 미슐랭 셰프 파브리치오의 레시피를 참고해서 응용하고 있다. 집에 항상 아보카도와 토마토는 구비해두고 있고, 사워도우 호밀빵도 종종 사다가 이렇게 브루스케타를 해 먹으면 10분도 안되는 조리 시간에 맛과 영양도 근사하다. 보이는 재료 아보카도와 토마토 이외에 올리브유, 마늘, 소금과 후추가 들어갔다. 바질이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없는것도 나름대로 맛있다.

다음은 냉장고 비우기용 연어 펜네 파스타. 펜네 파스타를 알덴떼 (추천 조리 시간보다 2-3분 덜 조리한다)로 익히고, 방울토마토 (이외에 다른 채소 있으면 넣어도 좋다)가 흐물흐물 해질때까지 올리브유에 볶은 뒤 펜네를 후라이팬에 투척하고 잠깐 같이 볶아주고, 통후추를 듬뿍 갈아 뿌렸다. 접시로 옮긴 뒤 훈제 연어를 손으로 찢어 비볐다. 의외로 심플한 재료로도 정말 맛있다. 한국에서는 이탈리아 음식이 팬시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심플하고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만으로도 맛있을수 있는게 이탈리아 음식이라 자취요리로 제격이다.

다음은 망한 수란. 이런 요상한 퀄리티의 수란을 먹는다고 부엌을 초토화 시켰다... 😅 그런데 맛있었으니 올린다. NOA에서 나오는 렌틸 망고 커리 스프레드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걸 사워도우 호밀빵에 바르고 그 위에 수란을 올리고 후추와 소금을 뿌려 먹었다. 방울 토마토는 거들 뿐. 이것 역시 초간단이지만 정말 맛있었다.

영양밥에 가지무침 비벼먹기. 이건 초간단은 아니지만 미리 준비해두면 편하게 꺼내먹을수 있는 레시피다. 영양밥은 특히 집에 밥솥이 있다면 자취인에겐 2-3일간 밥 안하고도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이다. 한식 유튜버 망치의 영양밥 레시피를 참고했는데, 케일 같은 재료는 제철이 아니면 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냥 대충 비슷한 시금치 같은걸 넣어도 좋다. 가지무침은 양장금 주부님 유튜브 레시피를 참고했는데, 이것 역시 한번에 2-3인분 만들어놓고 끼니때마다 영양밥에 비벼먹으면 진짜 맛있고 편안한 한끼가 된다. (올 봄엔 가지의 몰캉한 식감에 중독되어 일주일에 3-4일은 가지 요리를 해먹은것 같다...) 게다가, 비건이다!

오늘의 마지막 자취 요리는 에그인헬 (샥슈카). 이것도 만드는데 10분-15분만 걸리는 요리이다. 식료품점에서 이태리 파스타 소스 한병 사오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 (파프리카, 고구마 등)와 양파를 썰어 넣고 적당히 볶은 다음 토마토 소스를 병째 붓고,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이고 계란 5개 투척하고 냄비를 덮고 반숙할때까지만 익히면 성공. 집에 허브나 큐민, 강황같은 향신료가 있다면 인심좋게 뿌려주자. 빵이랑 먹어도 밥이랑 먹어도 맛있다. 아마 원산지인 북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온 친구가 이 레시피를 보면 이마 짚고 한숨 쉬겠지만 타지에서 뭐 먹을지 모르겠는 자취생에겐 훌륭한 고단백 식단이다.

한국나이로 열아홉살, 유럽에 처음 혼자 왔을 땐 도대체 뭘 해먹어야할지 몰라서 소세지 같은 것만 먹었었고 당연히 건강이 굉장히 안좋았다. 당시엔 어리니까 버텼지만 이제 이십대 후반이 되고 한해 한해 몸이 달라지기 때문에 (...) 식생활에서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특히 요즘같은 재택 근무 시대에 집에서 일하고 밥해먹는 끼니가 늘어나면서, 빠르면서도 건강에 좋은 음식을 챙겨먹는게 중요해졌다.

해외에 나오신 분들 모두 잘 먹고 잘 살아 보자고 나온 걸텐데, 학업이나 업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잘 해드시고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당신의 특별 자취 요리는 무엇인가요?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