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코로나-19 백신 맞기

백신 센터 내부에 들어가보니 정말 이렇게 생겨서, 장엄한 기분마저 느껴졌다

드디어 1차 코로나 접종을 맞았다. 6월 7일인 오늘부터는 베를린 어디서도 우선순위 필요 없이 18세 이상은 누구나 백신 접종을 맞을 수 있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필수 산업 인력인 우선순위 3그룹으로 분류되어 지난주에 먼저 베를린 백신 센터에서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 그러나 우선 순위 3그룹으로 분류된다고 해도 백신 예약 잡기는 BTS 티켓팅에 버금가는 노력이 필요했는데, 백신을 맞고자 하는 열의가 높아서 쉽게 예약하기가 어려웠다. 

 

베를린에서 백신을 맞는 것에는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다. 

1. 백신 센터 (Impfzentrum)에서 맞기
2. 가정의학과 (Hausarzt) 주치의에게 맞기

1. 베를린 백신 센터 (Impfzentrum)에서 맞기 

베를린 백신 센터는 Arena Berlin, Flughafen Tempelhof, Messe Berlin, Velodrom Berlin, Flughafen Berlin-Tegel, Erika-Hess Eisstadion 로 총 6군데이고, 원래는 콘서트장, 공항, 수영장, 아이스 링크 등이었던 시설을 임시로 백신 센터로 개조해서 만든 센터이다. 그렇다보니 일일 수용가능 인원이 정말 많고, 인터넷에서 백신 접종 예약 하기가 좀 더 수월한 편이다. 베를린 시민이라면 누구나 백신 센터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고, 신분증과 예약 성공시 안내해주는 서류만 프린트해서 가져가면 된다. (물론 노란색 백신 여권 Impfpass가 있다면 가지고 가는게 좋다.) 모든 백신 센터에서 현재 mRNA 백신 (모더나 or 화이자 비오엔텍)을 투여하고 있고, Flughafen Tempelhof Impfzentrum에서만 모더나와 아스트라 제네카를 같이 투여하고 있다. (예약할 때 선택할 수 있다.)

Doctolib 

그러나 문제는 그만큼 백신 센터 예약을 노리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공식 베를린 백신 센터 예약 사이트는  Doctolib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ausgebucht 되어있고, 계속 새로고침을 하는 것도 슬롯 머신 당기는 것만큼 희박한 확률의 도박이다.

impfstoff.link

그래서 나는 impstoff.link 를 추천한다. 여기선 베를린 백신 센터 6군데 예약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어느 한 자리에 공석이 나면 초록색으로 변한다. 다만 경쟁이 치열해서 초록색으로 변한 다음에 바로 다시 예약되는 속도가 평균 20초 가량이라고 한다. 그러니 경쟁에서 지지 않도록 Doctolib 사이트에 미리 회원가입을 해두고 로그인을 해두도록 하자. 모니터가 최소 2개가 있다면 일하는동안 모니터 하나엔 상시로 impfstoff 화면을 띄워두고, 일하다가 어느 하나가 초록색으로 바뀌면 잽싸게 뛰어들어서 예약하는 것이 최선이다. 나는 이틀간 그렇게 시도하다가 백신 예약에 성공했다. 

 

백신 센터에 예약하면 예약된 이름의 사람만 가능하며, 다른 사람에게 양도가 불가능하다. 다만, 아예 애초에 예약할 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예약해 줄 수는 있다. 

 

2. 가정 의학과 주치의 (Hausarzt)에게 맞기 

또 다른 방법은, 가정의학과 주치의에게 전화해서 백신 대기자 명단에 올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복불복인데, 바로 내일 노쇼가 난다면 바로 내일도 맞을 수 있지만 대개 5-6주 정도는 기다려야한다. 아직 백신 센터에서 1차 접종을 맞지 못한다면 나의 가정의학과 주치의에게 전화해서 대기자 명단에 올려달라고 하자. 가정의학과에 가서 백신을 맞는 경우에는 의료보험증을 가지고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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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자로 베를린 인구의 45,4%가 일차 접종을 마쳤다고 한다. 이제 그 통계의 일부가 되어서 기쁘다. 얼른 더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마치고, 변종 바이러스가 여태까지의 노력을 지울 새 없이 판데믹의 끝이 보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