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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라이프

[캡슐 옷장] 2021 여름 직장인 재택 근무 캡슐 옷장

by 벨리너린 2021.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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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옷입기란 화려한 패션의 세계보다 평범하고 지루해 보이지만, 사실 훨씬 더 첨예하게 바운더리를 푸쉬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내 생계가 걸려있는 사회 생활에 적절한 옷이면서도, 어쩌면 내 인생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간이 근무시간 중 내 진짜 자아 역시 너무 납작하게 뭉개지 않는 옷 사이의 균형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 직장인이라면 이 균형 맞추기는 어쩌면 더욱 더 난제가 된다. 물론 여성 직장인이 딱딱한 정장만 연상되는 남성 직장인보다 허용되는 옷의 종류가 다양한건 사실이다. 그러나, 선택이 더 많아진다고 해서 절대 더 쉬워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석'의 레퍼런스가 적다보니, 자칫 하면 사회 생활에 부적절한 선택을 하기도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여름이라는 특수성까지 더한다면 더더욱 어려운 문제가 된다. 30도가 넘게 푹푹 찌는 더위에, 에어컨까지 없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 어디까지가 프로페셔널에게 허용되는 노출이고 아닌지 잘 판단해야한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한 뉴노멀, 재택근무라는 변수까지 겹친다면? 뉴노멀 시대에 무엇이 '노멀'한 출근용 복장인지 큰 기준마저 흔들린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봄 캡슐 옷장을 정리해 봤었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주로 재택 근무를 하고 일주일에 1-2번 출근하는 여름 캡슐 옷장을 정리해 본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업 특성상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격식을 차리지는 않아도 되는 직업군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먼저 여름 코어 캡슐 옷장 체크 리스트부터. 취직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지고 있는 여름 옷 자체가 총 23벌로 얼마 되지 않는다. 이 마저도 이번 달 월급이 들어오면 구매할 예정인 위시리스트의 옷들을 대량 포함한 결과이지, 실제로 내가 가지고 있는 옷들은 이의 절반 가량이다. (원래 대부분 캡슐 옷장은 33벌 기준으로 하는걸로 알고 있다.)

노란 별로 마킹한 옷들은 월급 날 살 위시 리스트에 있는 옷들이다. 작년 여름까지는 학생이었어서 여름 옷은 그저 시원하고 활동성 좋고 친구들 만나기 좋은 옷들밖에 없었는데, 직장인이 되니 겨울 옷보다 여름옷이 훨씬 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땀나는 여름의 특성 상 옷을 자주 자주 빨지 않으면 나중엔 빨아도 땀내와 황변이 가시지 않으니, 여름 옷은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하는 요즘이다. 위시 리스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출근용 자아 뿐만이 아니라 퇴근 후 자아 역시 즐겁게 입을 수 있으면서도, 프로로서도 자신감이 생기고, 편안하고 통기성이 좋은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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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근무의 특성상 사실 대부분의 근무 시간 중 상의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래서 여름엔 출근을 하지 않는 이상 하의는 편한 고무줄 치마나 반바지를 입는 편이다. 내 직군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 항상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2-3번은 클라이언트와 화상 미팅이 있기 때문에, 그런 날엔 칼라가 있는 통기성이 좋은 셔츠나 블라우스를 입으려고 한다. 그리고 미디어에서 코딩하는 직군의 이미지 상 오히려 좀 캐주얼하고 "너디"하게 입어야 코딩을 잘 할것 같아 보이는 이미지가 있는데, 코딩 직접 관련 미팅이 많은 날엔 약간 더 캐주얼하면서도 피팅된 프린트 티셔츠를 입는다. 34-36도에 달하는 에어컨 없는 폭염 속에서는 격식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 치고 싶지만, 그래도 생계는 중요하니 최대한 달라붙지 않는 소재와 그렇게 가늘지 않은 민소매를 입는다. 아무리 재택근무를 해도 가끔 동료들과 퇴근 후 맥주나 아니면 회사에서 만나 구내식당 점심을 먹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약간 더 페미닌한 블라우스와 캐주얼한 데님진을 입는걸 좋아한다. 

 

쓰고 보니 여름의 여성 직장인 착장은 개인마다, 회사마다, 직군마다, 문화마다 다 너무 달라서 내 포스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싶지만 적어도 내가 나름대로 선정해보려고 한 기준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좀 더 어렸을 때는 무조건 예뻐 보이고 싶었고, 20대 초반의 내가 지금의 내 캡슐 옷장을 보면 솔직히 옷을 못입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젠 내가 '예쁘기'보다 '믿음직한', '똘똘한', '편안한' 사람일 때 더 좋아해주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고, 나 자신도 남자친구와 데이트 할 때 외에는 예쁘기보단 편안힌 착장을 할 때 훨씬 편안해진것 같다. 무더위와 코로나 속에도 열심히 일하는 모든 직장인에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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