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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건강 이야기/ADHD 생활기

집안일의 자동화 (2) - 헬로 프레쉬 밀키트 구독

by 벨리너린 2021.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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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세척기와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다룬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또 다른 집안일의 자동화 시도, 바로 밀키트 정기 구독에 대해서 다뤄보려고 한다. 나는 베를린에서 헬로 프레쉬라는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거주 지역에 따라 블루 에이프런 등 선택할 수 있는 밀키트 업체의 종류가 보다 다양하다. 

 

나는 헬로 프레쉬를 작년에 4개월 정도, 올해 들어 취직을 하고 다시 두어달 정도 사용했다. 헬로 프레쉬 구독을 시작한 이유는 바쁘게 일하는 와중에 영양가 높은 식단을 구성하고, 장보고, 요리하고, 설거지 하는게 너무나도 버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혼자 살면서 집에서 풀타임 재택 근무를 하는 1인 가구 여성이라, 내가 직접 요리하지 않으면 아무도 밥해줄 사람이 없다. 배달 음식으로 대체하는 사람들도 분명이 있겠지만, 배달 음식은 건강과 가격 면에서 절대 지속 가능한 옵션이 아님을 깨달았고, 계속 먹다 보면 맛도 물렸다. 

 

그럼 내가 생각해본 헬로 프레쉬를 비롯한 밀키트 구독 서비스의 장단점을 설명해 보겠다. 

내가 헬로 프레쉬 밀키트를 통해 만든 음식들

장점

  • 확실히 시간과 인지 자원을 줄여준다. 바쁜 와중에 뭐먹을지 고민할 필요 없이 지난주의 내가 선정해놓은 영양가 높고 맛있는 메뉴의 재료가 정량대로 냉장고에 이미 있으니 하루 중 요리와 장보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든다. 특히 1인가구로서 재료를 묶음으로밖에 안팔아서 다 못먹고 버리는 채소가 대부분이었는데, 정량대로만 배달해주니 냉장고에 버리는 음식이 크게 줄었다. 
  • 직접 장보는 것보다 저렴하다. 밀키트라고 하면 비쌀거라고 예상을 하고, 나도 그랬는데, 적어도 헬로 프레쉬는 중간 유통 과정을 확 생략하면서 직접 장보는 것보다 저렴하게 다양하고 신선한 채소를 즐길 수 있다. 헬로 프레쉬 구독 하면서 개인적으로 식비가 확 줄은데 반해 식생활 만족도는 크게 올라갔다. 
  • 1인가구라서 시도해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요리를 하게 해준다. 일주일에 33가지 정도의 메뉴에서 최소 3가지, 최대 6가지의 메뉴를 고를 수 있는데 평소 내가 직접 해먹는다면 상상도 못해봤을 메뉴들이 있어서 새로운 맛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 1인가구라면 낯선 문화권의 음식은 새로운 향신료부터 다 새로 사야하고, 한번 해먹을 요리 때문에 새로운 향신료를 사기가 부담스러워서 해먹던 음식만 해먹게 되는데, 정량만 보내주니 부담없이 새로운 문화권의 요리를 해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요리 실력도 개인적으로 늘어난 것 같은데, 원래는 오븐 요리를 잘 안해먹다가 헬로 프레쉬 덕분에 오븐에 구운 음식과 후라이팬에 구운 음식이 어떤 차이가 나는지 배웠다. 한국인 입맛에도 꽤 잘 맞는 맛있는 메뉴가 많은 편이다. 
  • 잠시 정지하기가 편리하다. 딱히 맘에 드는 메뉴가 없거나, 휴가를 갈 예정이거나, 아니면 한식만 먹고 싶을 때는 아무 어려움 없이 앱으로 몇주간 정지할 수 있다.
  • 별로 애쓰지 않고 체중 관리 하기가 쉽다. 이건 물론 고르는 메뉴에 따라 다른데, 어떤 메뉴는 1000 칼로리가 넘어가는데에 반해 어떤 메뉴는 500-600 칼로리 대이다. 따라서 미리 적절한 칼로리의 메뉴를 선정한다면 일주일내내 내가 섭취하는 칼로리에 대한 어떤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 먹으면서 저절로 체중 관리 하는게 쉬워진다. (작년에 처음 헬로 프레쉬 구독했을 땐 칼로리를 보지 않고 메뉴를 선정했는데, 물론 그땐 살이 더 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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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프레쉬 앱 인터페이스. 다양한 메뉴 중 내가 원하는 메뉴를 고르고, 조리 시간, 칼로리 등을 상세하게 볼 수도 있다.

 

단점 

  • 배달 시간에 집에 있어야 한다. 사실 집에 없어도 밀키트 박스를 문 앞에 두고가도록 설정해 둘 수 있는데, 식료품이라는 특성상 빨리 꺼내서 냉장고에 넣어놔야하는 재료가 있기 때문에 박스를 몇시간이고 밖에 둘 수가 없다. 매주 배달 받는 요일은 미리 설정해 둘 수 있지만 자세한 배달 예정 시간은 전날에만 받아볼 수 있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불규칙한 사람이라면 불편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 쓰레기 배출이 그렇게 적진 않다. 모든 재료를 정량으로만 보내주니 음식물 쓰레기 배출은 훨씬 적지만, 박스며 재료 봉투며 그렇게 쓰레기 배출이 적은 편도 아니다. 그렇지만 직접 장보고 요리하거나 배달음식에 비하면 훨씬 낫다. 
  • 가끔은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메뉴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15분만에 간단 조리하는 메뉴도 있지만, 평균 30-40분 걸리는 메뉴가 대부분인데, 정말 배고프고 힘들 때는 이 마저도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먹는 시간이 규칙적이어서 괜찮지만, 밖에서 먹는 약속이 많은 사람이라면 일주일동안 음식을 다 못먹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한다. 
  • 설거지 거리가 많이 나올 때가 빈번하다. 사실 내가 작년에 몇개월간 헬로 프레쉬 구독을 시작했다가 그만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요리 과정에서 설거지 거리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점이었다. 식기세척기가 없던 학생 시절엔 설거지 시간이 요리 시간만큼이나 오래 걸릴 때도 있어서 너무 버거워져서 구독을 해지했었는데, 이제 취직을 하고 식기 세척기가 생기니 이 단점이 크게 줄어들어 다시 구독을 시작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식기 세척기가 있는 1인가구라면 밀키트 구독을 추천하는 바이다. 시간과 돈도 절약해주고, 균형잡힌 영양소로 건강도 챙기고, 새로운 맛과 조리법으로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집에 있는 시간이 일정한지 등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는지도 생각해 봐야 장점이 단점보다 큰 것 같다. 나는 적어도 지금의 라이프 스타일에서는 밀키트 구독이 주는 장점이 훨씬 커서, 앞으로 꽤 오랫동안 계속 사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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