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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민 + 유학

유럽 이민 - 어떤 경로로 가야 잘 갔다고 소문날까

by 벨리너린 2020.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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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외에서 산지는 총 11년, 한국을 제외한 4개국에서 최소 2년씩 살아본 경험이 있다. 그 중 유럽에서만 7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왔다. 나도 유럽에 살고 싶던 때가 있었고, 또 유럽으로 이민오고 싶지만 도저히 어떻게 가야할 지 감이 안잡히는 분들이 있을것 같아 내가 생각하는 이민 형식의 장단점을 써보려고 한다. 나는 나의 인생만 살아보았으니 이 모든 이민의 형식이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듣고 본 간접 경험도 조심스럽게 다뤄볼 것이다. 

 

한국에서 보통 유학은 이민의 범주에 집어넣지 않지만, 유학으로 처음 나와보니 그리 간단히 똑떨어지는 것이 아니더라. 일단 학위만 받고 돌아올 생각이더라도 모든 이민적, 행정적 절차를 밟아야하고, 언어와 주거도 해결해야하고,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게 아니라면 아르바이트나 인턴십 같은 구직 문제도 맞닥뜨려야한다. 그 뿐인가, 유색인종이라면 각종 인종적, 계급적 차이도 극복하면서 살아가야하고, 무엇보다 유럽 백인 주류 사회에서는 제1세계 백인이 아닌 당신이 아무리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명문대 학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글래머러스한 expat이라고 보기 보다는 이민자라고 볼 때가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처음 나올 때는 학위만 받고 돌아갈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해외에 나와서 다른 삶의 방식을 익히며 산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당신의 일부는 돌이킬수 없는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물론 그 변화를 위해서 유학을 나오는 것이기도 한 것이겠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도 다시는 한국을 떠날 당시의 눈으로 한국 사회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유학 역시 이민의 일부로 포함시켰다. 

 

1. 유학 

내가 가장 직접적으로, 많이 경험해본 이민의 경로는 유학 비자이다. 유럽에서 취업과 직장생활도 여러차례 해 보았지만 내 거주허가증이 직장에 묶여본 경험은 없었기에, 일단 유학 비자로만 이민 경로를 경험해봤다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나는 학부부터 유럽에서 시작해서 처음엔 유학비자 외에 별 선택이 없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유학비자로 오는 것이 여러 면에서 가장 안전한 이민 방법 같기는 하다. 

 

일단 유학 비자의 가장 큰 장점은 학업 기간동안은 비자 갱신을 거의 하지 않아도 되고, 학교라는 기관의 보호와 도움을 어느정도는 받으면서 정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나 학교에 따라 어느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그리고 가족단위가 아니라 혼자 이민을 온다면 (나처럼) 여러모로 의지할 수 있는 가족만큼 친한 친구들을 만들어두는게 가장 중요한데, 학교에서는 아직 연령대도 어리고, 새로운 이방인 친구를 사귈 마음도 열려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친구들을 만들기가 직장에서보다 몇배로 수월하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국가들에선 (북유럽, 독일) 자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면 구직 비자도 넉넉하게 줬고 (독일의 경우엔 1.5년을 준다) 심지어 영주권 신청 거주 기간도 줄여준다. 학생증만 있으면 유럽 어디에서도 다양한 문화, 교통적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처음 유럽에 와서 자주 다른 나라 다른 도시로 주말 여행도 하는 여유를 누리고 싶다면 유학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

 

또한, 유학 후 현지 취업을 염두에 두더라도, 유학생으로서 처음 몇년을 현지에서 살다보면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익힐 시간도 훨씬 더 보장된다. 학생 신분일 때는 사람들이 좀 더 관용을 가지고 언어와 문화에 좀 어색하더라도 잘 가르쳐주고, 실수를 해도 좀 더 용납이 된다. 하지만 돈을 받고 일하는 직장인으로서는 몰라서 하는 실수에 좀 더 민감해질 수 있다. (학생비자에 인턴십이나 아르바이트를 허용해주는 국가라면) 학생으로서 일도 해보고 그 나라 조직 문화가 어떤지 경험도 해보고, 현지 풀타임 구직시장에 맨몸으로 내던져지기 전에 현지 경력도 쌓고 언어도 더 연마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유럽 사회가 공정 사회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취업엔 인맥과 학연이 여러모로 작용한다. 앞서 언급했듯, 학교에서 매일 같이 점심먹고 주말에 하우스 파티도 하고 같이 여행도 다니면서 인간적으로 친해진 인맥을 아무 네트워크가 없는 외국인이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또한 현지 회사 입장에서도 현지 대학교나 아르바이트 경력의 가치를 더 쉽게 알아봐주기 마련이다. 때문에 현지 취업이 최종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유학생 신분부터 시작하면 취업 장벽을 뚫기에 훨씬 수월하다.  

 

유학비자로 오는 이민의 최대 단점은 역시 기회비용이겠다. 학비지원이 되지 않는 국가라면 학비 감당은 물론이고, 학생으로 사는 기간동안은 풀타임 월급을 받을 수 없으니 말이다. 내가 살아봤던 유럽 국가들에서는 학생으로서도 아르바이트로 어느정도 생활비를 버는게 가능했지만, 그만큼 체력적 소모와 학업에 집중하기 힘든 비용도 따라온다. 그래도 어느정도 이런 기회비용을 감당할 경제적 여력이나 체력이 있다면 유학생으로 오는 것에 장점이 정말 많으니 추천하는 바이다. 

 

2. 취업 

다음은 현지 회사에 취직에 성공해서 그 회사에서 비자 스폰서십을 받고 오는 경우이다. 이 경우는 대부분 이미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학부나 그 이상의 학위를 받고, 경력도 이미 얼마정도 있는 경우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현지 인맥도 없이 본인의 능력만으로 해외 취업 성공해서 비자 스폰서십 받고 오시는 분들 대단하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 모든 회사가 이런 비자 스폰서십을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법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회사거나 연봉이어야 가능하다.

 

가장 큰 장점은 경제적인 장점일 것이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풀타임 월급을 받고 일하고, 회사에 따라 정착금을 어느정도 지원해주기도 한다. 일단 경제적 여유가 있고 현지에서의 안정적인 급여명세서가 보장되면 주거 등을 구하기도 훨씬 수월해진다. 경제적인 여유가 보장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상쇄하는 큰 장점이 된다.

 

다만 유의해야할 점이라면, 회사 이외의 삶을 계발하는데에 있어서 더 큰 노력이 든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학생으로서는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귀기도, 취미생활을 계발하기도 훨씬 쉽다. 그러나 풀타임 직장인으로 도착하면 아무리 동료들이랑 친해진다고 해도 어느정도 이상을 편하게 나눌 수 없는 선이 존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료들이 이미 학생일때부터 친했던 친구 그룹이 있거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 자기만의 삶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직장인으로서도 어느정도 워라밸이 보장되는 국가이거나 직종이라면 직장 밖의 친구도 사귈 수 있고 취미 생활도 누릴 수 있지만, 생각보다 이게 많은 적극적인 노력을 필요로할 것이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피곤해서 친구나 취미, 어학은 뒷전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거듭 강조해서 말하건데, 혼자 이민을 나와서 살면 가족처럼 안전을 의지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내 정신건강과 신변의 안전에 직결된다. 해외에서 살다보면 응급실에 갈 일이 생기거나, 신용카드를 도난당해 새 카드가 발급될 때까지 현금을 빌릴 친구가 필요하거나, 범죄 피해를 입어 잠시 보호를 받거나 경찰서에 같이 가줄 친구가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모두 내가 직접 겪어본 일들이다.) 이 부분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 직장때문에 이민온 다른 유럽인들도 마찬가지로 겪는 고충이다. 

 

또 다른 취업이민의 단점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내 거주허가 조건이 직장에 묶인다는 것이다. 새로운 나라에서 새 직장이 적성에 안맞을 수도 있고, 심지어 직장내 문화가 거의 폭력에 가까운 수준이 될수도있다. (야근이라던가, 직장내 인종차별, 성차별이라던가. 안타깝게도 유럽에도 이런것들은 존재한다. 특히 외국인이라면 노동법을 잘 모르니 더 당할 확률이 올라간다.) 따라서 비자를 스폰서해준 직장을 다니다가 안맞으면 바로 그만두기가 힘들고 이직을 하기에도 번거로워진다. 특히 그나라 언어가 아닌 영어로 풀타임 근무를 하는 경우 생각보다 바빠서 그나라 언어를 배울 시간이 부족하기가 빈번한데, 현지 언어가 유창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직이 좀 더 수월하지 않아질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취업 스폰서로 이민을 올 능력이라면 이직도 번거로울 뿐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3. 결혼 / 동거인

사랑에 국경은 별로 중요한 고려 사항이 아니게 된 시대, 현지 배우자나 애인을 먼저 사귀고 그와 함께하기 위해 유럽에 오는 경우도 많다. (국가에 따라서 결혼하지 않은 동거인이 정식 파트너 지위를 인정받아 거주허가가 나올 수도 있고, 안나올 수도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현지인이거나 현지 영주권을 갖고 있는 경우는 때에 따라서 복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일단 가장 큰 장점은 (국가에 따라) 현지 배우자가 거주 허가의 안정성을 빠르게 가져다 줄 가능성도 크고, 현지 문화나 인간관계에 빠른 게이트웨이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지 언어를 배우기도 현지인과 사는 것만큼 빠르게 배우는 방법도 없다. 실제로 북유럽에 살 때는 현지인과 사귀고 동거하지 않는 이상 외국인이 그렇게까지 현지 문화에 동화되어 살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바로 그 장점들이 독이 될 가능성도 크다. 일단 현지에서의 인간관계가 거의 100% 파트너를 통한 인간관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아무리 파트너와 그의 친구들, 친척들이 좋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조금이라도 불만족이 생기거나 현지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방인으로서의 고민이 생긴다면 이를 나눌 이가 별로 없다. 또 한쪽이 현지인이고 한쪽이 외국인이라는 점은 어쩔 수 없이 관계에서 한쪽이 상대방에게 어느정도 의지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그 역시 아무리 사랑하는 관계라도 어느정도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나는 독립적이고 취미생활도 많고 친구도 많은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모든걸 파트너에게 의존하게 되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게 스스로 굉장히 힘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나에게 일어나리라 상상하기 싫지만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파트너와의 관계가 깨졌을 때 현지 체류 안정성 역시 무너진다는 것과, 혹은 파트너가 정말 나쁜 짓을 저질러서 꼭 헤어져야하는 상황에서도 체류 상황 때문에 헤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존이라는 그 무거운 상황 자체 때문에 좋았던 관계도 틀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 점은 앞서 취업 이민과 동일하게, 다른 유럽국가에서 애인이나 배우자를 위해 이주한 경우에도 많이들 힘들어하는 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민을 오는 경우엔 처음엔 사랑하는 이와 낯선 나라에서 함께 하는 일상이 너무나도 달콤하겠지만, 위의 단점들을 어느정도 보완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꼭 처음 왔을때부터 파트너 이외의 나만의 현지에서의 삶을 계발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취미로 각종 운동이나 공예 클래스에라도 나가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귀고, 어학원에도 나가서 같은 이방인의 고충을 나눌 친구를 사귀는 것이 좋다. 더 좋은 것은 여력이 된다면 그 나라에서 학위를 취득하거나 취업을 해서 파트너 이외의 거주 안정성도 어느정도 보장해 놓는 것이다. 이렇게 현지 파트너 이외의 삶을 많이 계발해 놓는 것이 역설적으로 파트너와의 관계 역시 더 풍족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이민까지 가더라도 결국 나의 삶과 행복을 책임질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뿐이다. 

 

4. 그 외 (워킹홀리데이 / 어학 / 프리랜서) 

내가 지금 살고있는 독일의 경우엔 워킹홀리데이 (워홀) 비자, 어학연수 비자, 프리랜서 비자로 들어오는 경우도 꽤 많다. 워킹홀리데이는 유럽 이외에도 흔해서 이미 다들 알테고, 몇몇 유럽 국가는 현지에서 어학원을 다닐 수 있는 어학 비자를 1-2년 정도 내준다. 프리랜서 (예술가) 비자는 특히 독일, 베를린에는 많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에는 흔치 않은 비자 종류이기도 한데, 말 그대로 취업하지 않고 현지에서 디자이너, 뮤지션 등의 예술가나 저널리스트등의 프리랜서 자격으로 1-2년 단위로 비자를 갱신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은 현지 에이전시 등에서 이 사람에게 정기적으로 일거리가 줄 의도가 있음을 편지 등으로 써서 서포팅 해줘야하는데,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이러한 비자들의 가장 큰 장점은 학교나 직장이라는 곳에 얽매이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고 가볍게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 이민을 해보고 싶지만 아직 오래 살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혹은 아직 그럴만한 능력이 갖춰지지 않았을때 좋은 입국 방법들이다. 유럽 살이에 대한 환상을 현실로 변모시키고, 그 현실마저 한국에서의 삶보다 마음에 들고 감당할 자신이 있을지 결정할 시간도 준다.

 

그렇지만 이런 이민 경로들의 가장 큰 단점은 아무래도 하나부터 열까지 나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인생은 원래 셀프고, 어떤 이민 경로든 혼자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대부분이지만, 학교나 직장, 파트너에 비해서는 훨씬 도움을 덜 받고 나 혼자 모든 정보를 모으고 하나 하나 해결해나가야 한다. 친구 사귀는 것도 나 혼자 적극적으로, 일감을 구하는 것도 나 혼자 적극적으로 모든것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워홀이나 어학원에서 만난 친구들은 그들도 일시적인 체류가 많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어도 쉽게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해서 아쉬운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들을 잘 해내고 보람찬 시간을 보내고, 장기 취업이나 유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 분들을 정말 존경한다. 그렇지만 내가 혼자서 이런 것들을 원래 잘 해나가는 사람인가? 하는 성찰이 조금은 필요하다. 또 한국에선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해외에서 닥쳐서 해내게 되고 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많다. 해외 경험은 무엇보다 성장하기 위해서 하는거니까.

 


내가 7년이라는 시간동안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유럽 이민 경로들의 장단점을 적어봤다. 내가 쓰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그 어떤 형태로 와서 사는 사람이던 큰 도전과 성장을 감내하는 과정을 겪은 사람이고, 그것만으로도 나름 존경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만난 이민자들 모두 어떤 경로로 왔고 어떤 삶을 살고 있던 본인의 환경을 직접 바꾸고 개척한 사람이라는 점이 반짝였다. 그리고 한가지 더 느낀 점은, 그 어떤 사회든 우리는 주변 공동체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살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가 나름 정리해본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 역시 이민을 처음 왔을때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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