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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민 + 유학

내가 유럽에서 해본 아르바이트들 총정리

by 벨리너린 2020.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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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이나 워킹홀리데이로 온 분들 중, 어떻게 생활비를 벌어야하나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한다. 나도 여전히 그 중 한명이니까. 7년 동안 유럽에서 생활하면서 어떻게 용돈 벌이라도 했나, 되돌아보니 정말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왔더라. 유럽 현지인 친구들은 나를 알바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현지에서 받는 대학생 국가 장학금이 외국인인 나에게는 보통 해당이 안되었기 때문에 동기들 중 내가 제일 알바를 열심히 했었던 것 같다. 대학원까지 와선 최저시급 알바하는 애는 나밖에 없었다.. ㅋ) 

 

그래서 내가 유럽에서 여태까지 해본 알바들의 목록을 총망라 해보았다. 여기서 실제 취업을 해서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벌었거나 인턴십, 장학금 등은 제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가지의 아르바이트가 나왔다. 

 

1. 청소

경로: 청소업체에서 일하던 대학 동기 통해서

시급: 최저시급

 

만 18세, 유럽에 처음 왔을때 생애 첫 급여 알바였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2주 일하고 짤렸다. ㅋ 스타트업 사무실 청소 알바였고 최저시급이었지만 북유럽 최저시급이 워낙 높아서 당시 시급엔 만족했다. 그리고 첫 댓가를 받고 하는 노동이라 정말 열심히 했었다. 이 일을 소개해준 친구는 가족같이 친했던 동유럽 출신 동기였는데, 사장은 나름 친절하고 우리에게 잘해줬고 사무실에 남는 과일이나 케잌같은게 있으면 항상 우리에게 줬었지만, "북유럽 애들은 이런일 안하려고 하는데 너희는 이런일도 열심히 해서 좋다"라고 말했었다. 뭐 좋게 좋게 넘어갈수도 있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민자와 현지인의 계급 차를 드러내는 것 같아서 좀 씁쓸했다. 아무튼 첫 근무 때 내가 충분히 빠르지 않다는 피드백을 들었고, 허락을 받고 다음 근무부터는 빠른 BPM의 댄스 음악을 들으며 나름 엄청 빠르게 해보려고 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빠르고 꼼꼼하지 않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래서 시작한지 2주만에 "반년 후에 재교육을 하던지 해보자"라고 돌려말하기로 짤렸다. (그로부터 3년후 난 컨설팅 회사에 취직해서 그때 내가 청소하던 스타트업의 재무 평가를 하게 되었고 기분이 참 묘했다.)

 

2. 통역

경로: 코트라 홈페이지에 통역원 등록 

시급: 내가 했던 일 중 제일 높았음 

 

내가 북유럽에 살았을 때는 북유럽 대도시에 한국인이 정말 적었다. 나는 특히 영어에 불편함이 전혀 없었고 전공도 맞아서 각종 공무원이나 대기업 출장 미팅 오시는 분들 통역을 운좋게 자주 맡게 되었다. 공무원분들과 대기업 해외영업 사원분들과 대화도 나누고 전문적 미팅 통역하면서 나 역시 배우는 것도 많았고, 학생 신분으로 만나서 대화하기 어려운 좋은 분들 많이 만나게 되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시급 역시 가장 높아 시간당 100유로까지 받아본 적이 있다.

 

3. 투어 가이드 

경로: 통역하면서 만난 교민 분들이 주선

시급: 높았음 

 

통역을 할 때 나 말고도 현지에 오래 사신 통역원분들과 만난 일이 많았는데, 이 때 투어 가이드로도 활동하시는 분이 내게 가이드 일도 몇 번 주선해 주셨다. 통역보다 시급은 덜하지만 그래도 최저시급보단 훨씬 많이 받았었다. 또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볼 기회도 생겼어서 개인적으로 재미도 있었다. 관광 목적으로 오신 분들도 계셨지만 출장 목적으로 온 그룹을 가이드 하는 경우에는 나 역시 배우는 것도 많았다. 그렇지만 내 스스로 워낙 타고난 길치라 개인적으로 나조차 가보지 못한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책임지고 통솔해야한다는 점, 그리고 이동 시간을 잘 맞춰서 이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긴장을 많이 했었다. 나는 운전 면허가 없어서 직접 운전해서 가이드 해드리지는 못한다는 점도 아쉬웠다. 길찾기와 운전, 그리고 임기응변에 능하신 분이라면 추천하는 바이다.

 

4. 한식당 서빙 

경로: 구인공고

시급: 최저시급 (+팁)

 

내가 좋아하던 한식당에 구인공고가 났길래 첫 석사 졸업 직후에 장학금이 끊겨 인턴십 시작 전 여름동안 잠깐 일했었다. 다른 한국인 유학생들도 많이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다른 알바들은 거의 다 영어로 했었는데 한식당 알바를 통해서 현지어를 가장 많이 연습하게 된 것 같다. 한식을 할인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그러나 이 즈음 이 포스팅을 읽으면서 대충 파악이 된 분들이 있겠지만, 타고나길 손발이 굼뜨고 덜렁거리고 공간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나는 정말 어렵고 긴장되는 알바였다. (나중에 알게된 것인데 이것은 모두 일종의 발달장애 증상이다. 역시 제대로 된 자기 파악이 노동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다. ㅋ) 첫 시험 근무 때 워낙 손발이 느리고 심지어 잘못된 테이블에 음식을 가져다 주는 실수를 했었는데 (다행히 채식인에게 고기를 주는 대형사고는 안쳤지만 알러지나 채식 등의 이유 때문에 식당과 손님 모두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실수이다) 매니저가 이것 때문에 나를 고용할까 말까 조금 고민하긴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다는 이유로 좀 더 고용해주기로 했다. 그 후 손발이 느린건 여전했지만 그런 단점을 만회하기 위해 내가 한가할 때도 내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나 찾아서 하는 모습을 보고 동료들과 사장님이 좋아해주셨었다. 동료들도 좀 느린 나를 배려해 많이 도와줬었고 참 고마웠다. 몸도 정말 힘들었고 뭘 먼저 해야 하는지, 또는 어떤 경로로 가장 효율적으로 일해야하는지 머리 굴리는 것도 나에겐 힘들었지만 한 사업체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계획과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돌아가는지 가장 직접적으로 배우게 된 좋은 기회였다. 팁도 월급보다 많았어서 결과적으로는 최저 시급의 1.5배에서 두 배 정도 벌었었다. (팁은 식당마다, 그리고 그날 일한 파트마다 다르다.)

 

5. 과외

경로: 온라인 유학생 커뮤니티에 공고

시급: 높았음 (능력과 경력에 따라 협상 가능)

 

현지인이나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나 영어를 가르쳤다. 시급은 대개 과외 선생님이 책정하고, 과외 학생이 직장인이 아닌 유학생인 경우 사정을 좀 더 고려해서 책정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현지인은 내가 가르칠 당시엔 한국에 일때문에 갈 일이 있거나, 한국인 파트너와 사는 경우였는데 지금은 K-PoP의 수요도 있을 것이다. (내가 유럽에서 살던 지난 7년동안 케이팝의 위상이 많이 바뀌었다.) 이 역시 과외생과 대화 하면서 나와 다른 분야를 공부하는 과외생 이야기를 듣는 것도 참 재밌었고, 개인적으로 언어를 좋아하는 편이라 과외 내용 자체도 잘 맞았다. 

 

6. 길거리 판매 

경로: 페이스북 구인공고

시급: 의외로 높았음 (15유로)

 

이 일은 정말 랜덤하게 들어온 일이었는데, 현지 페스티벌에 단기성으로 물건을 팔러 온 호주 회사가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 사람을 구인공고를 냈었다. 그리고 호주 시급을 생각했던건지 15유로를 시급으로 줬다. 나는 별로 영업에 재능이 있을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길거리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영업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내 매출이 다른 알바생들에 비해 꽤 높아서 마지막엔 거의 나만 불렀었다. 이 회사가 나중엔 다른 유럽 국가 페스티벌에도 진출을 하면서 이동, 숙식 제공에 시급까지 올려줄테니 오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었는데 그 나라에서 내가 합법적인 노동 허가증이 없어서 거절했었다. 길거리 판매 아르바이트에서 또한 주의할 점은 회사가 합법적인 길거리 판매 허가증이 있는지 등을 체크하는 것이다. 이것도 나 자신의 영업 역량을 파악하고 현지어 연습하기에 꽤 좋은 아르바이트였다. 

 

7. 행사 포토그래퍼 / 비디오그래퍼 

경로: 대학 동기 커뮤니티

시급: 높았음 (능력과 경력에 따라 협상 가능)

 

일단 나는 사진이나 비디오를 전혀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고 고등학교 때 취미로 사진과 영상 만들기를 좋아했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대학 동기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학과 행사 포토그래퍼를 구한다는 글을 봤고, 그 쪽에서 내가 찍었던 사진들을 꽤 좋아해줘서 하루에 200유로를 받고 사진을 찍어줬었다. 우아한 갈라 행사 포토그래퍼 알바였고 그 과에 내가 알던 친구들도 많아서 재밌었다. (재밌게도 나를 고용한 타과 학생과 n년후 컨설팅회사 동료로 만나게 되었다.)

 

8. 한국어 카피라이팅 

경로: 페이스북 구인공고 

시급: 건당 계산 (대략 1시간에 25유로 정도) 

 

럭셔리 패션 이커머스 웹사이트가 한국에 진출할 당시 단기 프로젝트성으로 카피라이터를 구했고, 나는 지원해서 합격했다. 트위터 트윗 정도의 글자수로 브랜드나 제품을 매력적으로 묘사하는 카피라이팅이었고, 건당 보수를 받았다. 작업 능률에 따라 달랐지만 한시간에 평균 25유로 정도를 받았던 높은 시급이었고 재택으로 틈틈히 쓸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의외로 데드라인의 스트레스가 좀 있었다. 그래도 내가 몰랐던 분야에 대해서 좀 더 알게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다. 

 

9. 베이비시팅

경로: 원래 알던 한인 가족 

시급: 최저시급 (능력과 경력에 따라 협상 가능)

 

여기 있는 아르바이트들 중 가장 책임감을 가지고 임한 일이다. 아무리 아르바이트라지만 누군가의 아이를 돌보는 일은 누군가의 안전을 잠시나마 책임지는 일이고, 또 어린 시절의 기억이 평생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기에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 워낙 개인적으로 아동 심리, 발달 심리에 관심이 많고 또 아이들을 좋아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정말 인간에 대해서, 또 나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해서 배우는 것도 많고, 또 아이들과 까르르 웃고 아이들에게 내가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는 것도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물론 돌봄 노동이라는 것이 그렇듯, 아이들 돌보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정말 힘도 들 때도 많다. 내가 부모가 되어본 적은 없으니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대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친조카만큼의 애정과 진심을 가지고 대했던 것 같다. 특히 이 아이들 역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동료시민이 될 것이라는 책임감도 함께. 베이비시팅 시급은 경력이나 관련 전공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지만 일단 나는 이전에 아이를 돌본 경험이나 관련 전공이 없었고, 소중한 아이를 믿고 맡겨주시는 것도 감사해서 스스로 최저시급을 달라고 했었다. 가족분들도 정말 잘 대해주셨다.

 

나도 언젠가는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강한데, 고작 15년 정도의 평균수명의 직업을 위해선 인턴십 몇개씩 하면서 한번 되면 평생 끝나지 않는 부모라는 일은 인턴십이 없는게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을 평소에 해왔기에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경험이었다. 

 

10. 엑스트라 (독일에서 엑스트라 알바하기 (tistory.com) )

경로: 에이전시 길거리 캐스팅

시급: 최저시급

 

이전 포스팅에서도 자세히 언급한 적 있는데, 정말 우연히 길거리에서 에이전시 캐스팅이 되었고 에이전시 계약 후 3년 후에서야 처음으로 받은 광고 촬영 엑스트라 일이었다. 엑스트라의 대우는 국가나 프로덕션 팀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 시급은 최저시급이었지만 따뜻하게 대기할 수 있게 해주고 먹을 것도 충분히 주고 스태프들도 다들 친절하게 대해준, 내가 해본 최저시급 알바 중 가장 몸과 마음이 편안한 꿀알바였다. 그러나 다른 촬영장에서 엑스트라가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았다는 후기도 꽤 들어봤으니 이건 정말 케바케인것 같다. 

 


정리하면서 느낀건데 참 나름 인복도 일복도 많았었던것 같다. 진상 손님이라던가 하는 사람들이 아예 없었던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많진 않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줬던 기억이 더 많았다. 또 느낀 것은 세상에 가장 필요한 일들에 어쩌면 가장 적은 시급이 적용되는 것 같다. 먹을 것을 제공하는 일, 환경을 위생적으로 유지하는 일, 아이를 돌보는 일 모두 이것이 없이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는 일인데 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정리를 한건데, 글을 쓰다보니 나의 강점과 약점이 나 자신에게 꽤 적나라하게 파악이 되는 것 같다. 지금은 두번째 석사를 끝마치고 코로나 구직 시장의 한가운데에 서있는데,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어떤 근무 환경에서 가장 빛날 수 있는 사람인지가 더 명확해진 것 같다. 

 

아르바이트는 물론, 대부분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직장 일이 꼭 더 쉽거나 스트레스를 덜 받진 않는다. 생활비가 필요해서 한 일들이었지만, 당시엔 좋았던 나빴던 하고 나니 값진 경험으로 남는다. 또 어떤 일이라도 내가 거기서 뭘 배우느냐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내가 2주만에 짤린 청소 알바를 같이 하던 다른 동유럽 출신 여학생은 그 스타트업 사무실 청소를 오래 하게 되어서 본인 학사 논문을 그 스타트업과 같이 썼었다. 이왕 해야하는 일이면 '내가 이런 일 할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기보다는 내가 이 일을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편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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