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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성인 ADHD 진단 받기 때는 7월이었다. 나는 벌써 몇번째 스토브에 행주를 삶다가 깜빡 잊고 행주를 태워먹었고, 벌써 몇 번째 내 당시 룸메이트가 그걸 발견했었다. 룸메이트는, 당연히, 몇 번이나 내가 이런 실수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굉장히 실망하고 안전에 대해서 극도로 불안해했다. 나 역시, 당연히, 몇 번이나 내가 이런 실수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굉장히 좌절하고 극도로 죄책감을 느꼈다. 그 당시 이 문제를 고치기 위해 이미 몇 개의 시도를 해봤었다. 스토브 옆에 "꺼져 있나 확인"이라고 메모를 써붙여 놓기도 했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메모는 내게 그저 벽의 일부가 되어 효력을 상실했다. 뭔가 불에 올려 놓을 때 마다 타이머를 설정해놓기로 룸메이트와 약속했지만 타이머를 설정하려고 핸드폰을 든 순간 다른 알림에 정신이 팔려.. 2020. 12. 9.
내가 유럽에서 해본 아르바이트들 총정리 유럽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이나 워킹홀리데이로 온 분들 중, 어떻게 생활비를 벌어야하나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한다. 나도 여전히 그 중 한명이니까. 7년 동안 유럽에서 생활하면서 어떻게 용돈 벌이라도 했나, 되돌아보니 정말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왔더라. 유럽 현지인 친구들은 나를 알바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현지에서 받는 대학생 국가 장학금이 외국인인 나에게는 보통 해당이 안되었기 때문에 동기들 중 내가 제일 알바를 열심히 했었던 것 같다. 대학원까지 와선 최저시급 알바하는 애는 나밖에 없었다.. ㅋ) 그래서 내가 유럽에서 여태까지 해본 알바들의 목록을 총망라 해보았다. 여기서 실제 취업을 해서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벌었거나 인턴십, 장학금 등은 제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가지의 아르바이트가.. 2020. 12. 8.
코로나 시대, 베를린의 12월 나는 유럽에서의 7년간의 유학생활동안 사실 크리스마스를 그렇게 내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다. 일단 12월이면 항상 기말고사에 찌들어서 절반은 반죽음 상태로 보내기 일쑤였고, 나머지 절반은 한국으로 그렇게 찌든 몸을 이끌고 한국으로 도망가서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보내거나 (오빠는 겨울이면 본가 소파에서 누워 엄마가 해준 음식을 집어먹는 나를 보고 '한국에 요양왔냐'라고 표현하곤 했다) 한국으로 가기 여의치 않은 때면 노르웨이던 라트비아던 친구네 가족 크리스마스에 얹혀가곤 했다. 가뜩이나 어두컴컴하고 추운 베를린의 크리스마스에 모두가 자기 집으로 떠난 텅빈 도시를 혼자서 지킬 용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렇게 엄청나게 자신을 푸쉬하다가 어디론가 떠나서 타인이 만들어준 크리.. 2020. 12. 4.
독일에서 닭개장 (닭계장) 보양식 만들기 긴 유학 생활과 자취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아무래도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고된 학업은 물론이고 집안 청소며 끼니도 다 내가 스스로 해 내야 하는데, 학업이나 아르바이트 같은 경우는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어렵지만 내 스스로에게 좋은 생활 환경을 만들어주고 양질의 음식을 잘 챙겨 먹이는건 아주 쉽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그러다보니 체력은 점점 만성적으로 나빠지고, 체력이 나빠지니 좋은 음식을 해먹을 힘과 시간은 더더욱 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게 된다. 체력이 그렇게 되면 학업이나 생업에도 지장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18살, 처음 혼자 유럽에서 자취를 시작했을 땐 영양이나 요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한국음식을 해먹는다 해도 고작 닭갈비, 제육볶음과 같.. 2020.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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