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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가 어떻게 석사학위를 땄을까? "넌 수업 안들어?!" 내가 놀자고 쿡쿡 찌른 앞자리 같은반 여자애가 목소리를 낮추고 짜증을 냈다. 때는 중1, 가정시간이었나 그랬을 것이다. 나는 그 질문에 새삼스레 놀랐다. 우리가 EBS 청춘드라마 주인공도 아니고, 중학생이 수업에 집중을 안하는건 당연한것 아니야? 사실 수업 안듣고 딴짓하기는 유치원때부터 있던 습관이었다. 항상 수업에 집중을 안하고 딴짓을 하다가, 정신 차려보면 다들 뭔가 열심히 쓰고 있는데 뭘 써야하는지 몰라서 짝꿍에게 물어보곤 했다. 사실 어릴적 부터 산만하고, 수업시간에 딴소리하며 떠들고, 가만히 있지 못하고 가구 위에 올라가고 사고를 치는 등 교과서적인 ADHD였는데 나는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한 직후에야 ADHD에 대한 병식이 생겼고, 그로부터 반년 후 진단받기에 이르렀다. .. 2021. 5. 25.
독일에서 병원 찾기 & 예약하기 독일에서 병원을 찾아 가는건 어쩌면 그 자체로도 혈압에 좋지 못한 과정 같다. 일단 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대부분의 한국의 1, 2차 병원과는 다르게, 예약 없이 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기다가 영어까지 할 줄 아는 의사를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보험을 받는 병원인지도 체크해야한다. 예약은 또 전화로만 받는데, 영업시간조차 매일 다르게 뒤죽 박죽이라 일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시간 맞춰 전화하기도 힘들다. 영업시간 맞춰 전화한다고 해도 아예 안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찌 저찌 예약이 된다 하더라도 몇주에서 몇달은 기본으로 기다려야한다. Aㅏ... 한국 같은 의료 선진국에서 온 사람은 병원 한번 가기 정말 힘들다는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독일에서 병원가는 방법을 쉽고 어려운 .. 2021. 5. 20.
집안일의 자동화 (1) - 식기세척기와 식료품 배달 나는 집안일과의 애증의 관계에 있는 사람이었다. 분명히 중요한 일임을 알고, 그 작업 자체가 싫지는 않았다. 가끔 설거지 하면서 쏴아 쏟아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평안을 느낄때도 있다. 하고나면 뿌듯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기분 내킬때가 아니고 이미 바깥일로 녹초가 된 상태이더라도, 매일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카오스가 되는데다가 위생,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ADHD와 발달성 협응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여성이라 집안일은 단순히 “싫은”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와 뇌기능적으로 어려운 영역의 문제였는데, 겉보기엔 비장애인처럼 보이니 사람들은 단순히 나를 게으르다고 비난했었고 “여자애가 저래가지고 어따 써먹냐”고 구박하던 친척들의 말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 2021. 5. 17.
[문송 안한데요] 문과 출신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취직하는 법 문과 출신으로 취업이 잘 안되는 '문송합니다'는 일종의 밈(짤)이 된지 오래다. 나도 이십대 초반 당시 일명 '문과'로서 이런 밈을 재밌게 소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이십대 후반이 되고, 본격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또래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고 나니 '문송합니다'라는 밈을 재밌게만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재밌게만 바라볼 수 없던 이유는 단지 내가 문과라서 취업이 잘 되지 않을 것 같아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주변의 문과생들이 사회적 현상과 밈을 자신의 한계와 동일시하면서 부터였다. 문과생들이 실제로 취업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명백한 현실과 고통을 부정하고, 노오력하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단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단지 지금 내 손에 쥐고 있는 패를 담담하게 인정하되, 나라는 .. 2021.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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