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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라이프

베를린 반려식물 락다운 비포 & 애프터

by 벨리너린 2021.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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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락다운을 겪은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작년 3월, 락다운이 처음 시작 됐을 때 방 밖으로 전혀 나가지 못하니 만날 수 있는 친구라고는 식물들밖에 없었다. 그 당시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식물 집사였다. 락다운 전까진 내게 식물은 인테리어 장식품 정도였던 것 같다. 햇빛의 위치는 전혀 신경도 안쓰고 그저 방에 식물을 두면 예쁠 것 같은 위치에 식물을 뒀었다. 갖고 있던 식물 갯수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한 4개 정도? 모두 선물 받은 것이었다.

 

그러나 락다운이 시작되고 식물에 완전 꽂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락다운에 식물 집사가 된 사람은 나 말고도 엄청 많을 것이다.) 엄청난 양의 식물 지식을 습득하고 식물 관련 유튜브를 빈지 워칭했고, 엄청난 수의 식물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ADHD 특유의 과집중 상태가 식물에게 일어났는데, 논문 쓰다가도 식물 생각밖에 안났고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물을 마시기 전에 식물들에게 물을 줬었다. 난생 처음으로 비료도 사서 줘보고, 분갈이도 해줬다. 그 결과,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 내 식물들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칼라데아 마란타 

먼저 마란타. 락다운 이전의 마란타는 정말 불쌍한, 다 죽어가는 상태였다. 햇빛이 전혀 안드는 구석에 화분을 둔게 화근이었다. 원래 무늬가 화려하고 정말 아무것도 안해줘도 쑥쑥 자라는 친구인데, 햇빛을 전혀 못받아서 자그마하고 무늬가 없는 잎밖에 남지 않았었다. (저 비포 사진도 그나마 창가에 두기 시작해서 무늬 잎이 두개라도 자란 상태.) 그동안 가습기도 틀어주고, 비료도 주고, 창가에 둔 결과 지금은 저렇게 멋지고 레몬보다 큰 잎을 쑥쑥 내뿜는 아주 자랑스러운 친구가 되었다. 

몬스테라

다음은 몬스테라. 친구가 이사 선물로 자기네집 몬스테라를 잘라서 줬었는데, 락다운 전의 나는 물꽂이만 한 6개월 넘게 해 뒀었다. 물엔 양분도 없는데다가 햇빛도 안드는 곳에 둬서 정말 시들시들했고, 살아남은게 기적이었다. 락다운이 시작하고 흙으로 옮겨심어주고, 그 후에 왕성하게 자라나서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도 한번 더 해줬었는데, 다시 또 왕성하게 자라나서 분갈이를 해주고 지지대를 만들어줄까 고민중이다. 지금은 몬스테라 특유의 찢어진 잎도 세개나 났고, 기근도 엄청 길게 자라나는 중이다. 역시 이름 값하면서 괴물같은 속도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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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필로덴드론

다음은 브라질 필로덴드론. 이 친구는 다행히 식물에 대해 좀 알게 된 다음에 구입한 친구라 나의 무지에서 비롯된 학대는 겪지 않았다. 이 친구도 정말 별로 아무것도 안해줘도 엄청난 속도로 쑥쑥 자라는 친구인데, 비료를 좀 더 주면 잎의 무늬가 좀 더 화려해진다. 덩굴 식물 키우는 맛은 바로 이렇게 치렁치렁하고 풍성하게 자라나는 맛인것 같다. 

 

아비스 고사리

다음은 아비스 고사리. 고사리과 식물은 신엽을 저렇게 아기 주먹처럼 동그랗게 말려있다가 쭈우욱 길어지고 펴지며 자라는데 그 모습이 정말 말을 못하게 귀엽다. 이 고사리는 락다운 직전 독일 수퍼마켓 REWE에서 샀었는데, 당시 식물이 뭐가 필요한지 전혀 몰랐던 나는 햇빛도 전혀 안들고 건조한 방에다 뒀었다. 고사리과 식물은 엄청 높은 습도를 선호하기 때문에 끝이 다 말라서 비포 사진을 보면 마른 끝을 뭉텅 잘라내 머리가 짧다. 이후 가습기로도 습도가 부족한 것 같아서 아예 화장실 창가에 뒀는데, 세상에나, 물만난 듯이 엄청난 속도로 자라났다. 이미 분갈이도 두 번 해준 친구인데, 금방 이 화분도 너무 작아진것 같다. 


락다운 시작할 무렵 식물들과 지금 그들의 모습을 보다보니, 참 힘들었던 시간속에 이 친구들은 정말 내게 힘과 용기를 주며, 그리고 나를 견뎌주며 쑥쑥 성장해준게 참 고맙다. 이 친구들은 아마 락다운 전보다 지금이 더 행복했겠지. 지금도 이 친구들이 새 잎을 뽑아낼 때면 참 설렌다. 그리고 나는 이 시간동안 얼마나 성장했나,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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