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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건강 이야기/ADHD 생활기

[성인 ADHD 약물치료] 메디키넷 10mg - 진단 1개월 차

by 벨리너린 2021.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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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키넷 10mg은 그냥 메디키넷 5mg 알약 갯수를 늘려서 처방해줬다

메디키넷 10mg을 처방받아서 복약하기 시작한지 3주가 거의 다 되어간다. 그 동안 연말이다 귀국이다 정신이 없어서 처음에 5mg 처방받아서 먹었을 때 보다 열심히 복약 기록을 하진 못했다. ADHD 약이 주는 약효에 점점 익숙해져가던 것도 있고. 한국에서는 메디키넷 10mg 알약이 따로 있다고 들었는데 독일의 정신과 주치의 선생님은 그냥 5mg짜리를 알약 갯수만 두배로 늘려서 처방해 주셨다. 한번에 두알씩 먹어서 10mg 먹어보라고. 이번에는 원한다면 아침에 10mg 먹고 오후에 5mg을 먹던지, 아니면 아침에 10mg 먹고 오후에 10mg을 먹던지 하루에 두번 먹어보는 것도 괜찮다고 하셔서 3주동안 이것 저것 실험을 좀 해보긴 했다. 

 

5mg 먹을때 하도 부작용도 없고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어서 포스팅을 신나게 썼었는데 10mg은 좀 감흥이 달랐다.

 

[성인 ADHD 약물치료] 메디키넷 5mg - 진단 1주차

지난주 목요일, 나는 고대하던 첫 ADHD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메디키넷 5mg을 처방박고 약이 도착하기까지 인터넷에서 후기를 열심히 읽었는데, 겨우 5mg으로는 아무 효과도 없다는 후기가 많아서

berlinerinberlin.tistory.com

메디키넷 10mg 복약 첫 이틀 

  • 복약 첫 이틀은 사실 ADHD 약 먹은 이후 가장 힘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복약 때문에 아침을 먹고, 진짜 피곤하고 졸린 상태에서 10mg을 알약을 삼키고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10분 후에 피곤이 마법처럼 싹 가시고 눈이 번쩍 떠졌다. (5mg때는 각성도가 이정도는 아니었다.)
  • 식욕도 없지 않아서 곧 점심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ADHD 약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평소보다 많은 양의 배달음식을 급히 먹어서 그랬는지, 하루종일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 오후에 볼일을 보고 저녁에 과격한 타바타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쉬려던 차, 속이 너무 거북해서 그날 먹은 것을 몇번에 걸쳐 다 게워내고 말았다. 구토 후에도 계속 구역감이 있어서 너무 불편했다. 
  • 첫날엔 구역감이 ADHD약물의 부작용 때문일거란 생각을 못하고 다음날에도 아침 식사 후 10mg을 복약했다. 결국 다시 하루종일 목구멍으로 무언가를 넘기기가 너무 힘들었고, 별로 먹은게 없으니 구토를 하진 않았지만 하루종일 구역감이 너무 심하고 기력이 쇠해서 하루종일 침대 위에 무기력하게 널부러져있었다. 명료한 정신으로.
  • 이날이 하필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남자친구와 친구 한명과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도저히 저녁 식사는 커녕 집을 치우기도 힘든 상태였기 때문에 다음날로 크리스마스 저녁 계획을 미뤄야했다. 이때 검색을 해보고 구역감이 ADHD 약물의 흔한 부작용이라는 것을 알았다. 남자친구가 저녁에 쌀국수를 사와서 국물과 국수 몇가닥을 조금 먹었다. 배고팠지만 음식이 잘 안넘어갔다.

이틀 휴약 

  • 사실 좀 절망스러웠다. 5mg은 부작용도 없고 약효만 있었어서 너무 세상이 장밋빛이었는데 10mg으로 증량하자마자 부작용때문에 일상 생활이 어려워질 정도라니. 5mg은 아무 문제 없이 먹었지만 구토와 구역감, 식욕 부진을 겪고 나니 ADHD 캡슐 알약을 쳐다보는 것도 싫어졌다.
  • 이틀 휴약하니 구역감은 싹 가셨고 다시 식욕과 몸이 회복됐다. 남자친구가 맛있는 크리스마스 음식들 몇가지를 해줬고 나는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휴약 후 다시 10mg 복약 시작

  • 남자친구는 연말이고 휴일인데 좀 더 휴약하는게 어떠겠냐고 했지만 난 갑자기 귀국을 결심하고 귀국 전에 청소할 것도 많고 준비할 것도 너무 많아서 결국 다시 10mg 복약을 시도해보기로 결정했다. 
  • 이틀 휴약하고 다시 10mg을 복약하니 이번엔 부작용이 전혀 없었다. 다행히도 구역감과 식욕부진이 사라졌다.
  • 오히려 집중력과 각성감이 5mg 때보다도 훨씬 좋아서 일을 착착 빠르게 순차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 
  • 계속 부작용을 안고 갈까봐 너무 무서웠는데 부작용이 사라져서 다행이다. 애초에 그냥 급하게 먹어서 체했던 것이었던지, ADHD 약 부작용이 맞았지만 몸이 적응해서 괜찮아진것이던지.
  • 사실 5mg 처음 먹었을 때도 두근거림은 있었지만 며칠 지나고나니 그것도 느껴지지 않았듯이 몸이 적응하기도 하는 것 같다. 정신과 주치의 선생님도 10mg으로 증량해 주실 때 처음 며칠은 부작용이 있어도 3-5일은 계속 먹어보자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았던 것 같다. 

 

아침 10mg, 오후 5mg 하루 2회 복약 시도

  • 사실 나는 지금 취준생이라 딱히 낮에 더 집중해야하는 중요한 업무가 있는것도 아니고, 오히려 내가 ADHD에서 평생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이 집안일이었기 때문에 저녁에 밥차리고 밥먹고 설거지 할 시점에 약효가 이미 떨어진 상태라는게 불만이었다. 그래서 오후 복약을 강력히 희망하던 중 의사 선생님의 허가가 나서 신이 났다. 아침 9시에 한번, 오후 3시에 한번 복약했다. 
  • 오후에 밥 차리고 저녁먹고 설거지 하는게 너무 힘들었는데 오후 복약을 하니 밥먹고 설거지하고 부엌청소 싹 하는게 훨씬 수월해졌다! 약효는 밤 9시쯤 떨어졌는데 그럼에도 평소 잠드는 시간에 잠드는 데에 문제는 없었다.
  • 일찍 일어난다면 일 2회 복약도 굉장히 괜찮은 것 같다.

 

공복 10mg 복약 시도

  • 이것도 정신과 주치의 선생님께 해도 되냐고 물어보고 했다. 처음 5mg 처방받을 때는 밥 먹고 약 먹으랬는데, 확실히 ADHD 약이 위에 무리가 없는 약은 아니다보니 그런 것 같다. 
  • 그런데 아침 그로기 상태에서 약효 없이 바로 일어나서 아침 식사 준비하고 먹는데까지 너무 오래걸려서 (2-3시간까지 걸린다) 자꾸 약을 너무 늦게 먹게 되어서 다른 해외 ADHD 블로거들이 소개한 방법을 너무 시도해보고 싶었다. 바로 일어나고 싶은 시간 30분 전에 알람을 맞춰놓고, 침대 옆 탁자에 둔 ADHD 약을 바로 먹고, 다시 잠드는 것. 이렇게 하면 바로 개운하게 일찍 일어날 수 있다.
  • 의사 선생님이 원래 원칙은 밥 먹고 먹는건데 해보고 싶으면 해봐도 된다고 해서 신이 났다.
  • 마침 일찍 일어나서 어디 가야할 일이 생겨서 시도해봤고, 굉장히 괜찮았다! 첫 이틀 구역감 부작용이 있었기에 공복에 먹었다가 다시 속이 아프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을 조금 했는데 딱히 속이 더 안좋지도 않았던 것 같다.

 

메디키넷과 카페인 동시 복용 부작용

  • 이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의사 선생님은 그래도 된댔는데, 메디키넷을 먹은 날에 카페인을 마시면 그날 밤 잠드는데에 문제가 생기긴 한다. 
  • 바로 어제 메디키넷 10mg을 아침먹고 한번 복약하고 오후 복약은 안하고, 생각없이 오후에 커피와 홍차를 마셨는데 새벽 5시까지 몸은 너무 피곤한데 뇌는 혼자서 각성 파티를 여는 기분이었다. 각성제 먹는 날엔 디카페인만 먹을 수 있겠다.


약물치료 총 한달차가 되다보니 확실히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할 필요성을 느꼈다. 

예를 들어서, 안경을 쓰면 글씨가 잘 보여도 안경이 글 읽는 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ADHD 약물도 제대로 기능하도록 큰 도움을 주긴 하지만 없던 평생 연습이 되지 않아 없는 요령을 갑자기 생기게하지 않는다. 성인으로서의 인생을 제대로 사는 법을 여러모로 다시, 효과적으로, 이번엔 ADHD 뇌에 맞춰서, 배울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정신과 주치의 선생님에게도 지난 세션에서 내가 정신과 치료와 상담 치료를 병행하고 싶다고 하니까 그게 선생님이 생각하기에도 ADHD 치료의 정석이라고 했다. 덧붙여서 ADHD 인지행동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상담가를 찾는것도 좋겠지만 베를린의 상담심리전문가 공급 부족을 생각하면 굳이 ADHD 전문가가 아니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하셨다.

 

내가 느낀 또 하나는, 바로 각성제는 절대 수면의 대체품이 아니고 되어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ADHD 약의 각성효과가 좋아도 만성 수면부족인 상태에서 약을 몸에 집어넣는다고 수면으로만 회복될 수 있는 기능이 회복되지 않는다. 

충분히 수면하고 ADHD 약을 먹으면 머리가 명징해지고 기름칠한 기분이 드는데, 수면부족인 상태에서 약을 넣어봐야 피곤한데 계속 꾸역꾸역 할일은 해내는 상태가 된다. 뭐랄까... 머리를 일주일 안감고 드라이 샴푸만 뿌린 기분이랄까.

몇일은 그럴수도 있지만 몸을 그렇게 푸쉬하는게 습관이 되어선 치료에 좋을 것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더 몸만 상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 여파로 귀국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시차적응도 잘 되지 않아서 3-4일을 수면부족 상태로 보냈는데 메디키넷 10mg을 먹어도 3-4시간 낮잠을 푹 잘 정도로 항마력이 약해졌다. 약의 각성이 충분하지 않아서 증량해야된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쯤 몸이 피곤하면 좀 자 줘야하는 듯 하다. 충분히 수면하지 않으면 약효도 좀 덜받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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