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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라이프

[BER]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신공항 체험기

by 벨리너린 2021.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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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베를린에 온 후 3년반동안 도시 전설처럼 곧 완공된다고 듣기만 했던 베를린 신공항이 드디어 개항이 되었다! 그것도 코로나의 한 가운데에서. 사실 베를린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테겔과 쇼네펠트 공항을 보고 좀 충격을 받았었다. 아니 자유민주 세계의 리더 독일 수도의 공항이 이렇게 처참하게 작고 불편하다니... 90년대 독일 통일 이후부터 건설이 계획되어 있었고 2012년 완공 예정이던 공항은 여러번의 실패와 좌절, 그리고 예산초과를 거쳐 9년이나 늦어진 2020년 10월에 개항을 하게 되었다. 

 

(베를린 공항의 엄청난 삽질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 참조)

 

베를린 신공항 개항이 9년이나 미뤄진 이유는...'독일 공학'의 붕괴

제조업 강국 독일에서 법과 질서는 모든 것의 핵심이다. ‘다 괜찮다(everything is alright)’의 독일어 표현은 ‘알레스 이스트 ..

biz.chosun.com

코로나의 한가운데에서 개항을 한지라 내가 베를린 공항에 가보려면 일년은 걸리겠구나... 싶었는데 크리스마스가 끝난 직후 갑자기 한국에 잠시 다녀오기로 즉흥적으로 결정한지라 생각보다 일찍 가게 되었다. 베를린 신공항에 대한 감상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전 공항들에 비하면 이제 드디어 좀 수도 공항 답지만 여전히 허점은 여기저기서 발견되었다

 

공항가는 직행열차 내부

베를린 신공항에서 가장 편리한 점은 바로 베를린 중앙역 (Hauptbahnhof)에서 직통으로 빠르고 쾌적하게 가는 직행 열차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사실 사진은 공항 직행열차선 (FEX)은 아니고 비슷한 경로의 공항행 지역열차이지만, 비슷하다. 공항 직행열차선도 타보니 수화물 비치할 공간이 넓어 아주 쾌적했다. 테겔 공항은 미테에서는 가까웠지만 항상 콩나물시루같은 버스를 타고 무겁고 큰 수화물을 가지고 낑겨가야해서 오가기가 불편했고, 쇼네펠트 공항은 S반을 타고 갈 수 있긴 했지만 전용 직행이 아니라 다른 승객들도 많아서 역시 불편하고 오래걸렸는데, 이제 베를린 중앙역이나 Ostkreuz 역에서 바로 공항으로 가기 너무 쾌적해졌다. 이 직행열차는 베를린 신공항 1-2터미널까지만 가고, 이제 베를린 신공항 5터미널로 편입된 쇼네펠트 공항으로 가려면 베를린 신공항 1-2 터미널에서 S반을 따로 갈아타야한다.

 

베를린 신공항 직행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맞이한 광경

베를린 신공항역에서 내리자마자 맞아준 새로운 감각에 좀 '우와-'하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다른 국제 주요 공항들 (인천공항, 북유럽 공항 등) 에 견주면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지만 예전 베를린 공항들이 워낙 타임머신타고 과거로 가는 기분이었기에 촌스럽게도 깨끗하고 반짝이는 신공항 분위기에 좀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공항에 와이파이도 꽤 잘 터지고, 저기 auf die Hand라는 매점에서 체크인 카운터로 가기 전에 먹을 것이나 마실 것을 살 수 있다.

 

베를린 신공항의 천장 조형물

탑승 체크인 구역으로 올라오면 이렇게 웅장하고 빨간 천장 조형물이 방문하는 이를 반겨준다. 빨간색과 적갈색이 베를린의 상징색인데, 공항 전체를 빨간색, (선지색에 가까운) 적갈색, 그리고 갈색 계열 팔레트로 꾸며놨다. 누군가에게는 흡사 80년대 즈음 올드한 미감 분위기가 날 수도 있겠고 촌스럽다는 평도 있었지만 난 나름대로 베를린스럽고 좋았다. 최첨단을 선도하는 느낌보단 약간 어딘가는 촌스러운듯한 미감 역시 베를린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말은 이렇게 포장하지만 아무래도 거의 10년 전 개항을 목표로 한 공항이니 2021년 감각으로는 이미 촌스러워진걸지도 모르겠다.)

 

베를린 신공항 체크인 카운터

베를린 신공항 내부에서 가장 감개무량했던 부분은 바로 체크인 카운터 부분이었다. 일단 이 부분부터가 넓고 탁 트인 기분이 들고, 수도 공항에 걸맞는 규모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그리고 나는 베를린 공항에서 이렇게 반짝반짝하고 새로운 느낌을 받아본 적이 전혀 없기에 '우와-'라는 느낌이 또한번 들고 말았다. 다른 선진국들 수도 공항에 비교해 봤을 때 역시 평범한 수준이지만 말이다. 동행한 친구 역시 '베를린에서 본 공항중에 제일 좋지만 2020년에 새로 개항한 신공항이라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는다'라고 했다. 나도 동감이다. 솔직히 20년전에 개항한 인천공항이 조금 더 최첨단으로 느껴진다.

 

베를린 신공항에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와 내려가는 계단

하지만 시공단계부터 가장 헛점 투성이었던 제1터미널답게, 사소한 헛점은 여기 저기서 발견되었다. 일단 탑승전 체크인 영역에서 화장실을 갔는데, 화장실에 외투걸이가 없었다.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공항에서, 그것도 겨울에, 외투걸이 없는 화장실은 처음 봤다. (나중에 보안검사 지나고 탑승 게이트 구역에서 화장실에 한번 더 가봤는데 거기엔 외투걸이가 있던걸로 봐서 단순 실수인것 같았다.) 그리고 더 어이가 없었던 점은 공항 곳곳에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만 있고 내려가는 것은 계단으로 해결해야하는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더 발품을 팔아 찾아보면 올라가는 곳과 내려가는 곳 두군데 다 에스컬레이터인 곳도 있었고, 옆에 엘리베이터도 있었지만, 큰 수화물을 가지고 다닐 일이 많은 공항에서 많은 곳의 에스컬레이터를 이런식으로 설계한 점이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 때문에 코로나가 지나간 후 공항 이용객이 많아지면 엘리베이터가 꼭 필요한 사람들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이 더 기다리게되는 불편을 겪을 것 같다.

 

베를린 신공항 보안 검색대를 지나고 있는 면세 구역

오후 늦지 않은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면세 구역에 있는 상점들이 식품 판매점 외에는 다 문을 닫았었다. 코로나 여파로 독일이 락다운에 들어갔던지라 식품같은 필수 업종 외에는 다 닫았어야했는데, 공항도 예외는 없었다. (같은 시간 프랑스도 락다운이었지만 프랑스에서는 공항내 상점들이 다 열었었다.) 텅 빈 공항의 모습을 보라. BMW 홍보차만이 베를린 신공항을 쓸쓸히 밝히고 있었다.

 

베를린 신공항 탑승 안내 스크린

탑승 안내 스크린 역시 새제품 티가 났다. 보통 다른 공항들 같으면 탑승 항공편명과 게이트 정보가 한 스크린에 표시된는데 베를린 신공항에서는 두 스크린에 걸쳐 나타내서 처음에 조금 헷갈렸다. 그러나 게이트로 걸어가는데 까지 소요되는 시간 역시 표시해줘서 좋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베를린 신공항 체험기였다. 헛점이 여기저기서 보였지만 그래도 난 베를린 신공항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코로나가 지나가고 베를린 신공항에 인천행 직항이 열린다면 더더욱 훨씬 좋을 것 같다. 하루빨리 다시 자유롭게 공항을 드나드는 여행시대가 도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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